산행일시 : 2020년 1월 18일
산행코스 : 물한계곡주차장~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물한계곡주차장
산행거리 : 17.4km
날 씨 : 쾌청
요즘 주변을 보면, 무슨 대간, 정맥..혹은 100대, 200대... 산과 구간을 미리 정해 놓고
산을 오르는 산꾼들이 많다.
어찌 보면 어차피 산을 오를 거 무작정 오르는 것 보다 하나의 테마나 목적을 정하고서
오르는 것이 성취감이나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보면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그 때 그 때 마음 가는 곳에 따라 산을 가는 경우에는, 가뜩이나 짜여진 일상을
자연속에서 풀어 보고자 가는 산이건만, 그렇게 갈바엔 아예 안가느니 못하다.
항상 평소 지도에서 보았던 산이나 기타 알고 있던 산중에서 어느 순간 마음이
끌리면 그 산으로 곧장 가는 것이 나의 산행 패턴이거니와 이런 예측할 수 없는 패턴이,
산행길을 미리 예고하고 일행들과 함께 가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름탓인가...? 민주지산도 그렇게 내 마음에 들어온 산 중에 하나였다.
(참고로, 민주지산의 "민주"는 민주주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어느날 불쑥 민주지산이 떠오른 것이 아마도 2016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때엔 학교 동창들과 함께 가기로 계획하고선 갑작스런 일로 나는 가지 못하였다.
그 후 여러 산을 다니는 중에도 항상 숙제 처럼 남아 있던 민주지산을 이번 겨울에야
다녀오게 되었다.
민주지산은 물한계곡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시원한 멋진 계곡을 끼고 있어 대표적인
여름 산행지로 유명한 산이지만 의외로 겨울 강설량도 많아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산꾼들도 많은 산이다.
하긴, 명산이 계절을 가리겠는가?
민주지산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과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용화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1,242m이다. 소백산맥의 일부인 민주지산은 추풍령(秋風嶺)에서 남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지점
100.daum.net
몇년 동안 그토록 가고자 했던 민주지산이었지만, 사실 이 번 산행길은 민주지산 보다는
민주지산과 함께 능선을 공유하고 있는 삼도봉을 꼭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충청,전라,경상 3개도가 만난다는 삼도봉.
근래 우리 사회가 이런저런 사유와 명분으로 서로 갈등하고 분노하는 편가름 현상이
너무 넓게 퍼져 있는 것 같아, 이런 편가름이 부디 늦지 않게 종식되고 모두가 하나인듯
밝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었을까?
그렇게 나선 산행길이었다.
토요일. 단체 산객들이 몰려들기 전에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6시에 서둘러 집을 나선다.

출발 지점인 물한계곡 주차장에 예정대로 9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
아직 단체 등산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한산한 시각. 여유롭게 장비를 챙기고 출발.
유난히 장승이 많다. 사람없어도 쓸쓸하진 않겠다.



대부분 원점회귀는 안내판의 A코스를 통하여 삼도봉으로 올라가서 민주지산을 찍고 하산하는데
인파들을 피해서 B코스로 각호산으로 올라서 삼도봉을 거쳐 내려오는 것으로 오늘의 코스를 정한다.

안내판이 있는 출발기점에서 등산 기점에서 B코스로 오르려면 우측에 있는 저 철망을 통과해야 한다.
철망에 걸려있는 "임자 사랑해" 문구는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누구의 작품인지 정말 산에 딱 어울리는
기가 막힌 표현으로 저만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보는 순간 정말 산을 사랑하고 싶어지지 않는가! ㅎㅎ

철망 문을 지나서 호젓하게 길을 지나면 얼마지 않아 조그만 사방댐이 나온다.


사방댐을 가로지나서 좌측으로 조성되어있는 좁은 오솔길을 시작으로 본격 산행으로 접어든다.

좁게 난 오솔길을 지나면 첫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 눈이 남아있는 거친 길이
각호산으로 가는 길이다.
발이 자주 닿지 않는 곳이라 바닥에 길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제대로 보지 않으면 자칫 엉뚱한 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각호산으로 오르는 길은 정비도 잘 안되어 있을뿐더러 전반적으로 경사가 급해서
하산코스 보다는 그래도 체력이 아직 충분한 상태에서 오름 코스로 오르는 것이
안전 산행을 위해 적합할 것이다.


거칠고 급한 경사길을 2시간을 오르니 드디어 능선으로 올라선다.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10여분 능선을 따라 걸으면 각호산 정상 봉우리와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AM 11시 20분. 각호산이다. 시계가 너무 깨꿋하고 바람도 한점 없다.
산 정상의 풍경을 만끽하기 너무 좋은 날씨다. 오른쪽 저 멀리, 뒤로 덕유산까지 눈에 보인다.

역시나 정상석 부근에는 사람들이 많다.

각호산 정상에서의 탁트인 정경을 만끽하고,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타기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건너편 안내판이 보이는 갈림길로 되돌아 간다.

중간중간에 눈들이 쌓여 빙판을 이루는가하면 남쪽 사면이나 햇볕이 드는 곳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진창길이다. 아이젠을 신고 벗기가 아주 애매하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젠을 그냥 신고 가는 것이 어차피 진창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낫다. 다만, 발목에는 그만큼 부담이 되므로 충분히 고려해서 가야한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가는 길 조금 못 미쳐 우측으로 대피소가 있다.
6명의 특전사 소속 이 땅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겨울 천리행군중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꽃같은 목숨을 산화했던 곳에 추모비와 함께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소를 설치하였다.
그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일체의 사진 촬영은 하지 않고 잠시 가져온 도시락으로 허기만 채우고
숨을 돌린 후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각호산에서부터는 능선길이라 큰 오르내림 없이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며 쉬이 갈 수 있는 길이다.

PM 1시 25분. 각호산에서 3.4km. 민주지산 정상이다.
거대한 정상석 앞에서는 역시 인증샷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펼친다.




PM 2시 40분. 유람하듯 걸어 어느덧 석기봉이다.
석기봉에서 삼도봉으로 가는 길은 석기봉 정상석 뒤로 바로 내려가는 로프 구간이
있었지만 그걸 모르고 다시 오던 길을 내려가서 석기봉을 둘러가는 통에 애꿎은 시간만
허비했다.


석기봉에서 탁 트인 경관을 보고 있노라니 시계는 벌써 2시 40분을 가리킨다.
하산코스가 짧지 않기에 하산 시간을 고려해서 서서히 보속을 높여서 걸음을 서두른다.
PM 3시 20분. 삼도봉이다. 아침 9시 20분에 시작한 후 6시간만에 드디어 삼도봉을 밟는다.
사실, 오늘 산행의 목적지는 이 삼도봉이다. 하늘 아래 모두가 편가름 없이 하나되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삼도봉은 삼도 화합 축제를 위해 데크로 평탄하게 잘 정비가 되어 있는 탓에 비박지로도
손꼽히는 장소이다.
삼도봉에서도 내가 보았던 텐트를 준비하는 팀, 하산길에서 만난 팀들을 헤아려 보면
그 날도 비박 팀이 얼추 다섯 팀은 되었던 것 같다.


부부, 연인, 아직은 젊은 아빠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두 아들, 20대로 보이는 씩씩한 청년들....
한 편 부럽기도 하고 한 편 대견스럽기도 하다.
삼도가 화합하는 멋진 곳까지 땀흘려 함께 길을 걷고, 숨만 쉬어도 심신이 정화될 것 같은
산 정상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별들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겠지.
서로의 정을 느끼고 나누기에 이만한 게 또 있겠는가.
이제부터는 또 지리할 정도로 계속되는 내리막 길. 하산 길로 접어 든다.
내리막 경사도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중간중간 급경사 구간 마다 나무 계단, 돌 계단이
잘 정비되어 미끄러지거나 할 일은 없으나 무턱대고 내려 오다가는 본인의 체중으로 인해
무릎이나 허리 등 관절에 전해지는 부담이 작지 않을 것 같다.





차가 있는 물한계곡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온 시각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거의 8시간을 산과 함께 보낸 하루.
민주지산은, 주변을 둘러싼 다른 봉우리와는 달리 그 이름의 유래가 정확하지 않아
어찌 보면 미스테리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특전사 6용사의 산화와 삼도봉의 의미 등
그 산줄기를 따라 전해지는 의미와 느낌은 또 남다르다 하겠다.
천지사방을 막힘없이 둘러보며 이런저런 바램과 추념속에서 힘께했던 시간.
붐비지 않아서, 호젓해서 더 좋았던 산행.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랜만이었다.
얼었던 물은 언젠가는 녹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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