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의 아쉬움 속에 맞이한 초원의 아침.
태양은 황금처럼 빛나며 깨어난 초원은 촉촉히 젖은 싱그러움을 마음껏 내뿜으며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나서보니 회색 구름은 어디론가 물러가고 하얀 구름이 수놓인 푸른 하늘이 기분 좋게 인사를 한다.
어제 석양을 배경으로 촬영하기로 했다가 궂은 날씨로 취소되었던 초원을 달리는 말들의 모습을 아침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담는 것으로 오전 일정을 준비하였다.
말들이 오기 전에 버스에 짐을 실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사진 놀이를 시작한다.
일행이 묵었던 13세기 마을 주민이 촬영을 위해 말들을 몰아주기로 했다.
그렇게 뛰어 다니는 말들을 카메라에 담고 각자의 아침 첫 일정을 마무리 한다.
말 촬영을 마치고 말몰이 역할을 훌륭히 해준 소년과 마을 주민이 각자의 분위기에 맞게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면서 마무리를 한다.
경쾌한 말 촬영 후 점심 식사와 함께 몽골 전통 의상을 입고 각자 기념 촬영을 하는 것을 끝으로 13세기 마을의 일정을 정리하였다.
13세기 마을 이후 촬영 일정은 몽골 숲에서 진행되는 독수리 촬영이었는데 그자시 만족도가 높은 촬영은 아니었다.
오후 일정이었던 터라 독수리도 많이 지쳐있는 분위기였고 독수리와 그 주인과의 호흡도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뜻한 대로의 장면 연출이 되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독수리 촬영 후 새로운 숙소로 이동하였는데 수세직 화장실이 개별로 갖추어진, 베란다까지 딸린 현대화된 호텔식 게르였다.
간만에 시원한 샤워도 하고 따뜻한 커피로 피로도 풀고 쌓인 여독도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휴식 시간.
그런데 비가 내린다. 해질 무렵부터 밤새...
은하수 촬영은 당연히 무산되고 계획없는 여행단의 숙소에서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었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이다.
무계획 속의 낭만...
다음날 아침.
내가 본 몽골의 아침은 언제나 신선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숨 한 번 크게 쉬는 것 만으로도 없었던 활력이 솟구쳐 오르는 기분.
공해에 찌든 도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아침.
부지런한 일행들은 아침 눈뜨자마자 숙소뒤 언덕에 올라 이른 아침의 세상을 담고 있었다.
초원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이다.
비 갠 야외에서 다 함께 하는 식사는 매우 상쾌하고 신선한 느낌.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몽골은 라마 불교의 나라이다.
마지막 여정을 위하여 울란반토르로 이동하여 몽골 라마 불교의 총 본산인 간등사에 들러 라마불교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진다.
내부에는 둘러보는 관광객들과 기도하는 현지인들이 뒤섞여 조금은 번잡한듯 하였다.
이후 시내에서 한식으로 점심을 한 후 마지막 여정을 위하여 시내 호텔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유명 인사들이 많이 방문하고 묵었던 호텔이라 로비에는 방문했던 역대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눈에 익은 인물들이 제법 보인다.
마지막 밤이다.
계속 비 예보가 있었던 터라 가까운 언덕에서 울란바토르 시내 야경만 간단히 촬영하는 것으로 안내 받았었는데 돌연 하늘의 사정이 바뀌어 구름이 걷히고 운 좋으면 은하수 촬영도 가능할 것 같다는 동행 가이드의 백만불짜리 소식이다.
서둘러 장비를 챙겨들고 버스에 탑승. 모기에 대비한 긴 옷을 입고 언덕으로 오른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본격 은하수 촬영지로 이동한다.
아무런 장애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 평원에 버스를 부제 삼아 은하수를 담는다.
육안으로 그냥 올려다 봐도 보일 정도의 은하수.
계속되는 비 소식에 애초에 포기하다시피 했던 마지막 날의 은하수 촬영은 그야말로 우리 일행에게 주어진 너무나 감사한 기념 선물이었다.
거칠 것 없이 펼쳐진 드넓은 평원위로 펼쳐진 무수히 많은 별들의 반짝임과 선명한 은하수.
이제 또 어디서 이런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렇게 저렇게 은하수와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카메라에 담으며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차가와진 새벽 공기에 마지막 촬영을 마무리하고 은하수 배경의 단체 샷을 끝으로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로 돌아온 후 일행들은 피곤함도 잊은 채 한 방에 모여 앉아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순간의 기억을 남기고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갔다.
4박 5일간의 출사 여행.
난생 처음 가졌던 낯선 이들과의 동행 출사였다.
멋진 곳에서 멋진 사진을 담아 간직하고자 떠났던 일정이었지만, 정작 돌이켜 보면 카메라에 담긴 사진 보다 내 기억 속에 남긴 그 시간들이 어쩌면 이번 출사 여행에서 얻은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아닐까?
낯설었던 만큼 깊고 아쉬웠던 만큼 소중한 기억과 인상들을 내 공간에 새기고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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