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승봉도를 찾아서 1박2일 - 1

나무 향기 2023. 11. 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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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차를 몰고 나선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승봉도로 가는 배 편은 9시 30분. 평일 출근 시간을 감안해서 조금 서둘렀던 탓에 7시 30분에 도착하였다.

가벼운 아침 식사는 물론 따끈한 모닝 커피까지 충분히 즐길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금요일 이른 아침의 방아머리 주차장은 거의 비어있는 수준. 주말이라면 벌써 가득 차있을 터이다.

 

승봉도로 가는 배는 인천에서도 탈 수 있지만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는 대부도(방아머리)에서 출발하는 것에 비해 거리도 멀고 중간에 자월도를 경유해서 가기에 자칫 자월도를 승봉도로 착각하고 내리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배의 탑승 시간이 여유가 있고 승전 거리도 짧은 대부도를 택한 이유다.

단,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의 경우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주말일 경우 매우 혼잡하기에 가급적 평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열악한 주차 문제만 아니면 대부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유가 있다.

 

 

주차장 바로 앞 건물 2층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대합실 매장에서 필요한 생수등을 구입하며 배를 기다린다.

2층 식당의 해물 된장 찌개는 정갈한 상차림과 풍부한 해물 덕에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의외로 훌륭해서 밥 한 공기를 싹 비워 버렸다. 재방문 의사 100%.

기대외로 만족스러웠던 대합실 2층 식당의 아침 식사와 대합실의 인파.

 

대합실에는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흐뭇하고 그 청춘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갑갑한 실내에서 벗어나 넓은 자연으로 향하는 젊음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의 초석이 아니겠는가.

이제 시간이 되어 대부도로 향하는 대부아일랜드호에 몸을 싣는다.

 

 

텅 비어있던 여객실이 얼마지 않아 가득 채워진다.

다들 어디로 가는 일일까? 한 켠에서 아이들이 휴대폰 놀이에 여념이 없고 군데군데 어른들 무리에서는 가볍게 술자리가 만들어지며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간다.

배를 탄 사람들에게선 바다 내음이 난다.

낚시 모임, 가족 모임, 무거운 배낭들도 보이는 여객실의 모습에는 다양한 인생이 담겨져 있다.

 

한 시간을 바다위를 움직이니 승봉도의 하선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사람들이 분주해진다.

승봉도의 선착장에 내리면 빨갛게 단장한 작은 등대 모양의 조형물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바로 앞에는 승봉도를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간략한 안내도가 게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백패커들이 찾은 이일례 해변까지는 선착장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어렵 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가면서 길 옆으로 펼쳐진 섬 마을의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감상하는 것도 섬여행의 작은 즐거움이다.

볕 좋은 길가에 나란히 앉은 두 어르신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오랜 친구가 그리워 진다.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우측으로 깨비 마트라는 상점이 보이면 이제 곧 해변이다.

깨비 마트에서는 대부분의 편의 용품이나 식료품들의 구입이 가능하기에 백패커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곳이다.

마트를 지나 오른쪽으로 나있는 아무길이나 내려서면 이일례 해변이다.

 

해변 모래밭으로 내려서니 아침 햇살에 부서지는 잔잔한 바다 위로 보석같은 물비늘이 반짝이며 눈 인사를 건넨다.

 

사람들이 떠난 텅 빈 철 지난 해수욕장을 오롯이 혼자 독차지 하고 서 솔숲 그늘 전망 좋은 자리에 텐트를 펼치니 왠만한 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다.

이일례 해변은 유료 시설은 아니지만 근처 정화 작업이나 화장실 개수대 등 섬 마을 주민들의 관리 노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성수기에는 텐트 1동 2만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비수기에다 평일일 금요일이었던 덕에 사용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이 없었다.

 

 

텐트 바로 옆으로는 개수대와 샤워실,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는데 시설물 관리가 너무 깨끗하게 잘되어 있어어 왠만한 유료 캠핑장 보다 상태가 더 좋게 느껴질 정도이다.

샤워장은 성수기에만 사용되는 듯 했고, 화장실 내부에는 화장지까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화장실 건물 뒷쪽으로 산책로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으며 이 곳이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섬 일주를 시작하는 지점이다.

 

짧은 계단을 올라서면 울창한 송림을 만나게 되고 빽빽한 솔잎 사이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여기가 숲인지 바다인지 알 수가 없게된다.

섬인가 하면 바다이고 바다인가 하면 다시 섬이다. 섬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솔숲 그늘을 바닷 소리에 심취해 걷다 보면 안내 푯말과 계단길이 한 번 더 나오는데 제법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면 승봉도 산림욕장과 이어지는 일주도로로 올라 서게 된다.

 

 

도로를 따라 10여분을 걸어가면 부두치 해변으로 통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면 촛대바위이고 우측으로 가게 되면 부두치 해안을 끼고 섬을 돌아볼 수 있는 해안 산책로이다.

부두치 해변 삼거리와 표지판

 

잠시 부두치 해변의 정취를 감상한 후 촛대바위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부두치 해변의 삼거리에서 걸어 오다 초록색 하우스를 끼고 우측으로 돌면 작은 돛배 한 척이 백사장에 놓여 있는 걸 보게 되는데 그 곳이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승봉도의 명물인 작은선배 카페이다.

 

 

원래 승봉도 태생이었던 이 곳 사장님이 외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개업한 카페인데 일반적인 카페 음료와 편육, 막걸리, 컵라면 등 가볍게 요기할 수 있는 메뉴까지 있어서 섬 일주 중에 잠시 쉬어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 되었다.

 

 

꼭 쉬어갈 목적이 아니라도 승봉도의 명물의 하나로 인증도 할겸 둘러볼만한 카페이다.

촛대바위로 가기 위해선 파케를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갈이 덮인 거치 해안을 넘어야하는데, 이후 완만한 곡선으로 멋드러지게 펼쳐진 해안선이 드러나고, 그 뒷편으로 촛대바위로 향하는 데크길을 볼 수 있다.

촛대바위는 데크길 끝에서 만날 수 있다.

 

 

데크길을 걷다 보면 촛대바위 외에도 여러가지 형태의 기암괴석을 만나볼 수 있는데 마치 선사시대로 온듯한 느낌마저 풍긴다.

 

 

데크길 끝에 촛대바위는 이렇게 홀로 서있다.

 

 

 

다시 카페로 돌아와 카페 뒤로 오르막 경사를 올라 주랑죽 공원으로 가게 되면 승봉도의 명승지인 부채바위와 남대문바위를 만날 수 있다.

 

 

길 옆의 푯말과 바닥의 안내 표지를 잘 보고 따라가면 또 하나의 해변이 나타나고 부채바위를 먼저 보게 된다.

 

 

부채 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한데 부채 모양을 보려면 여러 각도에서 둘러가며 봐야 한다.

나름 한 눈에 보는 것 보다 보는 재미가 있는 바위다.

어느 모습이 부채처럼 보이는가?

 

 

부채 바위를 데크길을 지나 좀 더 가면 남대문 바위에 도착.

남대문 바위는 달리 코끼리 바위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조수 간만의 보는 시기에 따라 남대문처럼 보이기도 하다던데 어느 정도 물이 차있는 상태에서 보기에는 영락없는 코끼리의 형상이다.

물이 바닥까지 빠지면 과연 남대문처럼 보이는걸까?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는 재미난 바위들의 감상이 끝나고 허기진 속을 달래러 다시 이일례 해변의 텐트로 복귀한다.

남대문 바위에서 다시 부채 바위쪽으로 회귀하여 해변가 포장 도로를 따라 곧장 가면 20분이 채 안되어서 이일례 해변으로 돌아갈 수 있다.

승봉도는 어느 명소에서든 이동 거리가 짧고 길이 쉬워 초심자들도 힘들지 않게 돌아볼 수 있는 친근한 섬이다.

승봉도의 매력이다.

 

 

그렇게 돌아온 해변가에는 어느새 뉘엿뉘엿 느린 해가 비스듬히 기울고 있었고 바다 위에는 뿌려진 보석인양 쉼없이 반짝이는 윤슬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올려 재즈 한 선율을 울리고 준비해온 버번 위스키로 시원한 버번 콕 한 잔을 타 마시며 이른 가을 한 낮의 낭만을 넘치도록 만끽해본다.

 

 

어느덧 섬 기슭은 황금빛 노을로 눈부시게 물들고, 티끌 한 점 없는 오색 하늘과 황금 비단 처럼 춤을 추는 파도는 가을 한 저녁 승봉도의 하루를 황홀하게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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