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가 건넨 말...
2007년...회사 선배로부터 킬리만자로라는 산에 다녀왔다는 얘길 들었다.
단지 머리 속에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높은 산으로만 알고 있었지 사람이,
그것도 내 가까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 다녀올 수 있는 산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터다.
그로부터 7년...2014년 당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던 차에 항상 무언가를
하는 것만이 고독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다.
킬리만자로가 생각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가보자, 가서 나도 한 번 그 높은 곳에 우뚝 서보자...이런저런 준비를 마쳤다.
여행사를 고르고 나서는 것만 남았다.
그러나, 하필..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때까지의 그 모든 준비가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 후, 갈수록 몸은 무거워지고 마음의 여유는 사라져갔다.
문득 킬리만자로가 생각날 때마다 한결같이 "그래, 너는 나랑은 맞지않는구나." 라고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아쉬움을 접었다. 갈 수 없으리라..
그렇게 다시 5년...정말 아무런 계기도 없이 문득 떠올랐다. 킬리만자로...가자!!
아마도 바로 1년전, 3년간에 걸친 지리산 둘레길 완주 이후에 허전했던 그 빈 자리가 다시 나로 하여금
킬리만자로를 생각나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무작정 떠나게 된 킬리만자로를 향한 발걸음.
그러고 보니 처음 가고 싶어졌던 때로부터 12년만이다.
난생처음 접해보는 고산 등반, 남들은 벌써 여러 고산 지대를 다녀온 후 접하는 길을, 무슨
용기에서인지 아무 경험없이 덜컥 나섰던 것이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힘든 어깨가 내려앉고 척추가 꺾일듯이 몸이 무거웠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기어코 정상 표지판 위에 올라섰다. 내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도전하였기에 성취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또 묻는다. 이젠 또 어떤 도전을 할거냐고.
많다...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다. 단지,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성취는 그 이후에 따라오는 옵션이나 선물 같은 것?
그 중에서 어떤 것이든 무언가를 해내면 또 부러워하고 경이로워하는 말들을 건넬 것이다.
"진정 부럽다면, 부러워하는 그 순간 계획을 세워야한다. 여건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 스스로..."
산소가 희박한 몽롱함 속에서 킬리만자로가 나에게 건네었던 고마운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