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킬리만자로가 건넨 말...

나무 향기 2019. 8. 2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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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회사 선배로부터 킬리만자로라는 산에 다녀왔다는 얘길 들었다.

단지 머리 속에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높은 산으로만 알고 있었지 사람이,

그것도 내 가까이 있는 평범한 사람이 다녀올 수 있는 산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터다.

모시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킬리만자로

그로부터 7년...2014년 당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던 차에 항상 무언가를

하는 것만이 고독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다.

킬리만자로가 생각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가보자, 가서 나도 한 번 그 높은 곳에 우뚝 서보자...이런저런 준비를 마쳤다.

여행사를 고르고 나서는 것만 남았다.

그러나, 하필..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때까지의 그 모든 준비가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 후, 갈수록 몸은 무거워지고 마음의 여유는 사라져갔다.

문득 킬리만자로가 생각날 때마다 한결같이 "그래, 너는 나랑은 맞지않는구나." 라고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아쉬움을 접었다. 갈 수 없으리라..

 

그렇게 다시 5년...정말 아무런 계기도 없이 문득 떠올랐다. 킬리만자로...가자!!

아마도 바로 1년전, 3년간에 걸친 지리산 둘레길 완주 이후에 허전했던 그 빈 자리가 다시 나로 하여금

킬리만자로를 생각나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무작정 떠나게 된 킬리만자로를 향한 발걸음.

그러고 보니 처음 가고 싶어졌던 때로부터 12년만이다.

난생처음 접해보는 고산 등반, 남들은 벌써 여러 고산 지대를 다녀온 후 접하는 길을, 무슨

용기에서인지 아무 경험없이 덜컥 나섰던 것이다.

킬리만자로와 마주보고 서있는 메루산. 탄자니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이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힘든 어깨가 내려앉고 척추가 꺾일듯이 몸이 무거웠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기어코 정상 표지판 위에 올라섰다. 내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도전하였기에 성취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또 묻는다.  이젠 또 어떤 도전을 할거냐고.

많다...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다.  단지,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성취는 그 이후에 따라오는 옵션이나 선물 같은 것? 

그 중에서 어떤 것이든 무언가를 해내면 또 부러워하고 경이로워하는 말들을 건넬 것이다.

"진정 부럽다면, 부러워하는 그 순간 계획을 세워야한다. 여건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 스스로..."

산소가 희박한 몽롱함 속에서 킬리만자로가 나에게 건네었던 고마운 한 마디였다.

바란코에서 바라푸로 이동중 정상을 보며
바란코 캠프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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