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3박4일 가족 여행기-2/2
울릉 약소 만찬을 성대하게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저녁.
내일을 앞두고 네 식구 모두 약간은 설레고 불안하고 걱정되고...
내일은 아침 일찍 독도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 울릉도를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도는 당연히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겠지만
독도를 직접 들러 두 발로 밟아 보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날씨는 너무 좋았고 바람도 파도도 너무 평온한 울릉도였다.
그러나, 내일의 날씨는 또 다른 문제.
일단 다들 일찍 잠을 청한다.
셋째날 아침.
독도행 배 시간은 08시.
날씨는 더없이 좋다. 파도도 잔잔..바람도 살랑..햇살은 쨍쨍..최고다!!
배를 타는 저동항까지 적어도 07시까지는 도착해야 하기에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 없을 것이기에 전날 미리 편의점에서 각자 취향에 맞춰 아침 식사거리를
준비해온 터였다.
저동항에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조용한 어항의 아침 정취를 느껴 보기로 했다.
독도까지는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배를 타고 가야한다.
멀미약을 시간에 맞춰 챙겨 먹고 나니 또 왠지 잠이 쏟아진다. 최고의 멀미 방지약은 역시 자는 게 최고. ㅎㅎ
독도에 가까와질수록 날씨는 흐려지고 안개가 짙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더니 급기야 너울성 파도가 심해서
접안이 힘들 수도 있으며 만약 접안이 안되면 주변 선회 관광으로 대체하겠다는 선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런!!! 설마...
아니나 다를까 배가 몹시 흔들린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배 안 승객들은 모두 할말을 잃고 있을 즈음..
배가 몹시 흔들리지만 그래도 접안을 시도해보겠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곧 이어 몇 차례 흔들림이
있는 후 접안에 성공해서 독도에 내려볼 수 있다는 방송이 나온다.
순간, 배에 탄 승객들..박수와 함께 환호를 지른다. 와~~~~!!
하지만 파도가 심해서 독도에 머무는 시간을 평소처럼 여유있게 가져갈 수 없으니 신호가 울리면
즉시 돌아올 것을 당부하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하선이 시작된다.
독도를 방문하기 위해 몇번씩 왔던 사람들도 많다.
첫방문 한 번만에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있었으니...감사할 뿐이다.
세찬 바람에 갈매기 떼들도 분주히 날아다닌다.
머리 위를 날아 다니는 갈매기 마저도 사랑스럽고 듬직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기분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소중한 우리 땅, 우리 것이다.
20분이 채 못되는 시간 동안 마치 타임머신을 탄듯 정신없이 여기 저기 다녔던 것 같다.
바람, 파도, 갈매기 울음 소리...그리고 태극기.
승선 시간임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울리고 일사분란하게 사람들을 태운 쾌속선은 바로 떠나지 않고
독도 주변을 다시 한 바퀴 돌아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을 준다.
보면 볼수록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우리의 섬, 우리 땅 독도...
독도를 뒤로한 채 갈매기들과도 작별을 나눈다.
다시 돌아온 울릉도는 독도와는 너무 다른 날씨.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
저동항 인근 식당에서 오삼불고기와 홍합밥으로 일단 허기진 배를 먼저 채운다.
그다지 인상적인 맛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식당의 평범한 음식이었다.
오삼불고기와 딸려나온 미역국. 나름 양도 충분하고 맛은 괜찮았지만, 밥이 좀 딱딱해서 먹기에 편하지는 않았다.
독도에서의 감흥을 다시 새기고 나리 분지로 향한다.
화산이 꺼져서 생겨난 분지로 울릉도 유일의 평지 지역으로 너와집과 토막집 등 울릉도 특유의 가옥형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리분지를 가기 위해서는 어제 들렀던 해중 전망대가 있는 천부마을 쪽으로 가야한다.
얼마전 울릉도 순환도로가 완전 개통이 되어서 어느 방향으로든 원하는 대로 손쉽게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도로 자체가 해안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도로에서도 왠만한 유명 바위나 섬들을 다 볼 수 있어서 아름다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해중 전망대 앞에서 나리분지로 가는 갈림길 표지판에 따라 경사진 도로를 제법 올라가니 높은 언덕 도로가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나리분지 마을은 도로가 잘 닦여져 있고 그리 넓은 지역도 아니므로 차로 손쉽게 둘러볼 수 있으며,
여기서 성인봉을 오르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나리 분지를 둘러 보고 카페에 들러 차도 한 잔 마시며 나름 시원한 휴식 시간을 가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을 오후를 훌쩍 넘어간다.
오늘은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
숙소 옥상에서 바베큐 파티를 열기로 하고 장을 보아 숙소로 향한다.
내일은 새벽 일찍 성인봉엘 다녀와야겠다.
처음 눈을 뜨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너무 일찍 일어났네...
지금껏 이상하리만치 피곤한 몸 컨디션과 동반한 식구들의 상태를 고려해서 성인봉은 오를 엄두도 못내고
있던 차였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울릉도를 올 수 있을까? 새벽 잠결에도 숱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새벽 산행을
하기로 하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가벼운 세수와 함께 배낭을 챙겨 매고 길을 나서니 시각은 새벽 4시 40분.
차를 몰고 KBS중계소에 도착한 시각은 5시 10분. 날은 이미 밝아 길은 충분히 분간이 가능하였다.
그런데, 마지막 떠나기 전 울릉도의 선물인가?
그렇게 보려고 해도 열어주지 않던 동해의 붉은 해가, 이른 아침 운해를 타고 중계탑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급히 카메라를 꺼내어 들고 정신없이 셔터를 누른다.
아마도 독도 방문과 함께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감동이 아닐까...!!
10여분을 일출의 장관과 함께 머물다 본격적인 성인봉 등반을 시작한다.
거리는 약 9km. 보통 원점회귀 왕복 4시간을 잡는 코스.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으나 오름질이 심해서
체력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가 사전에 파악한 대략의 산행 코스 정보.
서둘러 숙소로 가서 퇴실을 준비하고 랜트카 반납을 위해 사동항으로 이동한다.
우리가 탈 배는 16시 30분. 사동항에 도착한 시각은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승선 전 1시간 전까지
탑승권 발권 및 수속준비를 고려해도 4시간의 공백이 생긴다. 가장 큰 고민이 캐리어 3개와 카메라 가방 등
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그 많은 짐을 몇시간 동안 계속 이고 지고 끌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울릉도 오기 전 여기저기 알아보아도 도동항에는 짐 보관소가 있지만 사동항은 신설 항구인지라 아무리
찾아 보아도 짐 보관소가 있다는 얘기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관광 안내소 같은 곳에 통사정해서 맡기거나 상점이나 식당에서 물건을 좀 사고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있었다...아주 멋지고 깔끔하게 마련된 여행자 짐 보관소가 그것도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명색이 신항인데 이런 기본적인 시설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여행자 안내센터 1층 로비 데스크에서 직원에게 얘기하고 이름과 연락처 등 몇가지 기본 정보만
장부에 적으면 17시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빈 보관함이 있을 때만 해당. 빈 보관함이 없으면...그건 알아서 해야한다. 그러니 가급적
배 시간표 등을 참고해서 조금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사동항 여행자 안내 센터가 있는 관리 사무소 건물. 저 건물 1층에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다.
짐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다.
2층에서 식사를 한 후 영수증을 챙겨 가면 4층 카페테리아에서 음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도 디저트로 한 잔씩 했으니 나머지 시간 동안 인근에 있는 울릉 자생식물원에서
소화도 시킬겸 산책을 겸해서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식물원 입구 언덕에서 본 사동항
울릉자생식물원은 말 그대로 울릉도에서 자생하고 있는 여러가지 들풀과 약초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연구하는 시설인데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큰 나무 그늘과 숲에서 부는 바람,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한 데 어울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더구나 위에서 내려다 보는 탁트인 정경은 두말할 필요 없는 보너스.
큰 기대 없이 둘러 보았던 울릉 자생식물원은 깔끔하고 깨끗한 시설물 관리와 오밀조밀한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시간이 남아서 둘러보는 시설이 아니라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서 둘러볼 장소라 해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식물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탑승 준비할 시간이다.
짐 보관소에서 짐을 빼고 탑승권을 발권하여 이제 집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3박4일간의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편으로 2박3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도 없진 않았다.
(대부분의 여행사 관광 코스가 2박3일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직접 체험하고 느껴본 울릉도는 1주일이라도 오히려 짧게 느껴질만큼 가볼 곳도 많고 경험할 것도
많은, 그런 곳이다.
육지와는 너무나 다른 지형과 식생들...그리고 기후.
같은 화산 섬이지만 제주도와는 또 다른 모습에 연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너무나 이국적인 모습에
마치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독도...
독도를 밟아 보기 위해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어렵게 어렵게 첫 발을 내딛었던 사람들..
그에 비하면 정말이지 큰 행운을 입어 첫 방문으로 독도를 직접 밟아볼 수 있었지만 그 감흥과 뭉클함이야
어디 차이가 있으랴.
작은 돌 하나, 풀 한 포기에서도 대한민국임을 느낄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독도이다.
적지 않은 곳을 다니고 또 다녀 보았지만 이번 울릉도와 독도 여행은 그 숱한 여행길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강한 감동과 짙은 여운을 남긴 시간이었다.
나와 같이 했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아름다움과 감동이 함께한 시간이었길 바라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한다.
사랑한다 대한민국
사랑항다 내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