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흔히들 해인사가 있는 합천의 가야산을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알고보면 충남 서산~예산에 걸쳐 또 하나의 가야산이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방면으로 가다보면 해미 IC 근처에서
우측으로 남북으로 멋지게 암릉을 펼쳐보이는 산.
마치 정상부에 거대한 대리석 탁자를 올려놓은 듯한 우람한 자태가
일품이다.
그 위풍에 이끌려 2년 가까이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이른 아침
산길을 나섰다.
집에서 7시경 출발, 가야산 주차장까지는 거의 2시간.
전날 내린 비로 유독 아침 안개가 짙게 끼어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달려 가야산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9시.
가야산의 오늘 산행 코스는 주차장~옥양봉~석문봉~가야봉~주차장의
원점 회귀 코스.
습기 가득 머금은 안갯길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가야산은 옛날
백제 시대에 불리던 상왕산이라는 지명이 있긴 하지만
통일 신라 이후 가야사라는 절이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는 가야산으로
불리고 있으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도 꼽히는 멋진 산이다.
예산은 사과의 고장이라 아직 길가에는 수확되지 않은 큼지막한 사과들이
나무에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아마 날씨 탓에 살짝 늦게 여문 아이들이지 싶다.


이미 단풍의 절정기를 지난 안개 짙은 이른 아침이라 산객들의 발길은
뜸하다.
덕분에 호젓한 안개낀 숲길의 평화로움을 오롯이 독차지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숲속 오솔길을 걷는 중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햇살이 드러날 즈음
옥양봉으로 오르는 본격 오르막이 시작되는 계단길이 나타난다.

산 아래에서 만났던 안개는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멋진 운해가 되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가야산 인근에는 강과 큰 저수지가 많다 보니 이렇듯
날씨만 잘 맞춰주면 멋진 운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묘미에 있지 않을까.




이제 쉬흔길 바위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가면 옥양봉.
1시간 남짓 땀깨나 흘리며 올라온 보상이라도 하는듯.
한껏 더워진 몸의 열기를 여기 쉬흔길 바위에서 잠시 멋진 풍경으로
식혀간다.
드디어 옥양봉. 오늘의 첫번째 봉우리다.
옥양봉은 주능선과 닿아있고 여기서 부터는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길이라 어렵지 않게 길을 갈 수 있다.



옥양봉에서 석문봉으로는 급경사 계단으로 시작해서 몇군데 로프 구간을 지나
암릉길을1.5km 정도 가야한다.
석문봉에는 지역 산악회가 백두대간 종주를 기념해 세운 큰 돌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언제봐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태극기..
석문봉 정상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니 새삼 느낌이 새롭다.


옥양봉에서의 경치도 일품이었지만 석문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도 같다.
좌우로 펼쳐진 근육질의 능선이 아직 끝나지 않은 단풍과 함께
가히 명산이라할 만큼 멋진 풍광을 보여 준다. 명불허전이다..

석문봉에서 가야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사자바위,거북바위,소원바위 등
기암들이 등산로 주변 가까이 곳곳에 서있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큼지막한 안내판이 서있으니
행여 놓칠까 마음 졸일 필요는 없다. ㅎㅎ
소원바위에는 많은 이들의 소원이 이미 빈 자리 없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 일행도 거기에 더하여
작은 소원 하나씩을 얹어놓는다.


오늘의 목적지.
가야산의 주봉인 가야봉이다.


가야봉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30분정도 매우 급하고
미끄러운 흙길이 계속되는 구간이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급경사 구간이 끝나면 아침에 올랐던 것처럼 평화로운 숲길이 나타난다.








가야산을 오를 때에는 옥양봉부터 오르기를 나름 권장한다.
가야봉쪽 코스는 흙길이 그대로 있는 관계로 길이 미끄러워
체력소모가 크고 옥양봉의 급경사 코스 길이가 길기 때문에
하산시 내려올 경우 체력 부담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에
왠만한 강철 체력이 아니라면 옥양봉으로 올라 가야봉으로
하산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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