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중의 초록에 여름이 깃들 무렵.
경기도 북부의 명산 명지산을 오른다.
정상석엔 해발 1,267m.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엔 1,252m로 나온다.
경기도내에선 화악산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은 산이다.
등반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를 익근리 주차장으로 하는
12km의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몇일간 비가 내린 탓에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맑음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가다보면 초입에 승천사라는 절로 이어지는 일주문이
반기듯 맞아준다.

일주문 지나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며 길은 본격적인 숲길로 바뀐다.
녹음이 짙어 따가운 햇볕을 피해 시원하게 길을 오른다.

가평군은 잣으로도 유명하지만 높은 산들이 많고 산 깊은 만큼 계곡도 매우 훌룽한데
명지산도 역시 명품 계곡을 품고있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산 아랫쪽은 가히 계곡의 향연이라할만하다.
곳곳에 크고작은 폭포가 흐르고, 시원하게 내달리는 물줄기가
땀젖을 틈마저 주지 않는다.

산행이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그냥 계곡에서 머물다 가고싶은 유혹이
엄청나게 밀려온다. ㅎㅎ

산이 깊고 물이 많은 계곡이라 이끼도 유난히 푸르다.

계곡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꽤 먼 거리를 왔다.
우리는 명지1봉쪽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진행.

뒤늦은 산목련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며 한참 꽃을 틔우고 있다.
숲에서라서일까? 커다란 아름다움이 청순하기까지 하다.
함박꽃나무라고도 불리우는 산목련은 특히 비염에 좋은 효능이 있어
말려서 차로 닳여 마시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새소리는 한 주 동안 찌들었던 도시의 때를
벗겨내기에 충분하다
계곡 구간이 끝나고 부터는 쉼없이 이어지는 급경사 구간이다.
너덜 자갈밭과 진흙 구간, 그리고 오래된 낡은 나무계단 구간이 뒤섞여
서늘한 숲그늘 속에서도 비오듯 땀이 흘러내리고 온몸의 근육이 오그라든다.

이정표의 거리로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명지산의 이정표에 적힌 거리는 그리 믿지 않는 게 좋을듯하다.
실제로 같은 거리의 이정표가 반복되기도 하고, 걸어온 거리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구간도 있고....😱😤
이런 점은 가평군에서 손을 좀 봐서 정확한 산행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수정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드디어 정상이 다가왔는가?
우거진 숲을 뚫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석.
명지산의 정상석은 여느 산에 비하여 정상석 놓인 곳이 매우 협소하고
가파른 바위 끝에 설치되어 인증샷을 온전히 남기기가 매우 까다롭다.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왜 굳이 이렇게 좁고 위험한 곳에 정상석을 설치해야했는지...참 모를 일이다.

여하간에, 내려다본 경치만큼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힘들게 오른 만큼 그 보상도 만만치않다.
흘린 땀방울이 제값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다.

산행 초입의 계곡 감상은 명지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라고할 만큼 훌륭하다.
명지산은, 무조건 정상 정복에만 급하게 나서기 보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계곡 감상도 하고 발도 담그어가며 유람하듯 오르는 산행이면 훨씬 나을듯하다.
다만, 중턱 이후부터는 땀을 식혀줄 전망 포인트가 거의 없이 줄기차게 급한 오르막
구간만 이어지니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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