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었던가...
내가 처음 킬리만자로를 오르기로 마음 먹었던 때였다.
그 당시 아주 기본적인 등산 장비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고산 등반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와 물품을 새로 장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등산화도 해당 품목중 하나였다.
그러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로 한동안 등정 계획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되었고,
마침내 2019년 등정길에 나서게 된다.
물론, 5년전 장만하였던 장비들을 챙겨서..
그런데, 킬리만자로 산행의 관문인 마차메 게이트에서 발 뒷축의 느낌이 이상하였다.
아뿔싸~
등산화 뒷축 밑창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제 막 등반 시작 첫날인데...
출발 전, 컨디션 및 장비 점검을 위해 인근 산을 오르내릴 때에도 멀쩡하던 등산화였다.
하필, 이런 결정적 순간에...
스패츠로 묶고 아이젠을 차면 괜찮을려나? 갖은 생각을 다해본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어찌어찌 둘쨋날 쉬라캠프까지 별 탈 없이 올라간 터였지만
더 이상은 어려워 보였다.
여행사 가이드에게 상의했더니 처음에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후에 일행중
현지 스태프 중에 고칠 수 있는 멤버가 있다며 텐트로 찾아왔다. 구세주였다!!
그 높은 산중에서 송곳으로 직접 튼튼하게 꿰매어서 전혀 흔들리지 않게 마치 새 신발 처럼
처리해서 가져왔다.
당연히 약간의 수고비를 주는 조건이었다.
나중에 또 앞축이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여 총 2번의 응급상황을 겪으면서 결국,
무사히 우후루피크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신었던 그 등산화는 앞/뒤 밑창을 모두 킬리만자로 중턱에서 새로이 생명을
부여받은 셈이 되었고, 나는 애초에 킬리만자로 등정 기념으로 보관하고자 했던 생각을 바꾸어
그 곳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남겨두기로 하였다.
킬리만자로를 떠나는 관문인 음웨카 게이트에서 나와 한 몸이 되어 그 높은 곳을 함께했던
핏줄같은 내 분신과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새 생명을 받은 그 곳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영혼과 같은 산길을 누비며 새로운 삶을 보내거라.
너를 그 곳에 두었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 또 너를 담아 왔음도 솔직히 고백한다.
아침이면 언제나 발끝에 닿았던 너의 느낌과 너에 대한 믿음과 그리고, 잊지못할 나의 소중한 기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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