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흔적을 남기다...굿바이

나무 향기 2019. 8. 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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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었던가...

내가 처음 킬리만자로를 오르기로 마음 먹었던 때였다.

그 당시 아주 기본적인 등산 장비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고산 등반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와 물품을 새로 장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등산화도 해당 품목중 하나였다.

5박6일 동안 힘들고 험한 킬리만자로 우후루피크 등정길을 함께한 후 온통 흙먼지에 휩싸인 내 등산화

 

그러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로 한동안 등정 계획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되었고,

마침내 2019년 등정길에 나서게 된다.

물론, 5년전 장만하였던 장비들을 챙겨서..

그런데, 킬리만자로 산행의 관문인 마차메 게이트에서 발 뒷축의 느낌이 이상하였다.

아뿔싸~

등산화 뒷축 밑창이 벌어진 것이었다. 이제 막 등반 시작 첫날인데...

출발 전, 컨디션 및 장비 점검을 위해 인근 산을 오르내릴 때에도 멀쩡하던 등산화였다.

하필, 이런 결정적 순간에...

억지로 신고 올라 가던 중 살펴보니 3중 밑창중 제일 하단부가 처참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아. 이 신발을 신고 정상엘 갈 수 있을까?

 

스패츠로 묶고 아이젠을 차면 괜찮을려나?  갖은 생각을 다해본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어찌어찌 둘쨋날 쉬라캠프까지 별 탈 없이 올라간 터였지만

더 이상은 어려워 보였다.

여행사 가이드에게 상의했더니 처음에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후에 일행중

현지 스태프 중에 고칠 수 있는 멤버가 있다며 텐트로 찾아왔다.  구세주였다!!

우리와 일정을 함께 했던 현지 스탶들이다.  저 인원중에 분명 그 현지 스탶이 있을 것이다.

 

그 높은 산중에서 송곳으로 직접 튼튼하게 꿰매어서 전혀 흔들리지 않게 마치 새 신발 처럼

처리해서 가져왔다.

당연히 약간의 수고비를 주는 조건이었다.

정말이지 알고 보지 않으면 벌어진 부분이 티가 나지 않는다. 발 뒤꿈치 쪽.

 

나중에 또 앞축이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여 총 2번의 응급상황을 겪으면서 결국,

무사히 우후루피크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벌어졌던 앞축도 깔끔하게 바느질 되어있다. 정말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신발이다.

 

결국, 내가 신었던 그 등산화는 앞/뒤 밑창을 모두 킬리만자로 중턱에서 새로이 생명을

부여받은 셈이 되었고, 나는 애초에 킬리만자로 등정 기념으로 보관하고자 했던 생각을 바꾸어

그 곳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남겨두기로 하였다.

이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등산화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너무나 형편없는 상태다. 이런 신발을 신고 해발 5890미터를 오르내린다.

 

킬리만자로를 떠나는 관문인 음웨카 게이트에서 나와 한 몸이 되어 그 높은 곳을 함께했던

핏줄같은 내 분신과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새 생명을 받은 그 곳에서 그렇게 좋아하는 영혼과 같은 산길을 누비며 새로운 삶을 보내거라.

너를 그 곳에 두었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 또 너를 담아 왔음도 솔직히 고백한다.

아침이면 언제나 발끝에 닿았던 너의 느낌과 너에 대한 믿음과 그리고, 잊지못할 나의 소중한 기억이여...

새벽 음웨카 캠프에서의 마지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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