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타파가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동해로 빠져나가던 날,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으로 핸들을 잡는다.
개천절을 낀 징검다리 연휴이지만 태풍 덕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멋진 일몰과 함께 나누고 싶었나 보다.
오랜만에 옆자리에는 와이프가... ㅎㅎ
아이들이 앉았던 뒷자리는 언제부터인가 빈 자리가 되어버렸고..
뭐, 시간의 흐름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슬쩍 허전함은
감출 수가 없다. 빨리 익숙해져야할 텐데...
일몰 시간은 오후 6시 정도로 예상이 되어 여유가 있었지만, 태풍이 지나간
자리의 석양이 아름다운 걸 알기에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 같아
좀 일찍 집을 나섰고, 거의 두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시각은 4시 50분경.
다행히 사람들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아 공영 주차장이 매우 한적한 모습이었다.
원래 이 주차장은 무료였는데 7월1일부로 유료로 전환되었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다행히 그 날은 개천절이라 그런지 주차 요금을 따로 받지는 않아 맘 편하게 주차~~ ^^

아직 일몰까지는 1시간 가량이 남았다.
간만에 바깥 구경 나온 와이프랑 해수욕장 이곳저곳 다니면서 시원한 바닷 바람과 함께 셀카 놀이. ㅋㅋ


일몰 시각이 다가 오자 사람들이 엄청 몰려 온다. 허걱....
앞쪽만 보면서 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가 뒤를 돌아다 보니 엄청나다. 언제 이렇게들 몰려 왔을까?
일몰각이 애매해서 자리를 옮기고자 했지만, 이미 앞뒤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터라
어쩔 수 없이 그냥 그 자리에서 대기..ㅠㅠ

역시 태풍이 지나간 자리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태양은 갓 화장을 마친 수줍은 신부처럼
잡티 하나 없이 고운 모습으로 서쪽 수평선으로 자취를 감춘다.


근래 보기 드문 깔끔하고 멋진 저녁 일몰을 보았으니 그 간 허기진 배를 채워야할 시간이다.
그래도 자칭 식도락가 아닌가..ㅎㅎ
사실 꽃지에서는 식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근처 식당도 잘 알지 못하고 성수기도 지난 터라
괜찮은 식당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단,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바로 옆 방포항으로 방향을 잡았다.
꽃지 해수욕장 해변에는 식당이 없다.
아마도 해변 정화작업으로 일제 정리가 된듯. 그 덕에 해변은 매우 쾌적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방포항은 작은 어항. 입구에 자그마한 회센터가 있었지만 좀 더 들어가 보기로 하고 그냥 패스~~
50미터쯤 들어가니 승진횟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안에는 두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있고 우리 차 뒤에 따라 들어온 차가 거기에 주차를 한다.
직감적으로 여긴 맛집일 것 같은 느낌...ㅋㅋ(다른 집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모듬 회와 대하 700g으로 구성되어 있는 3인용 셋트 메뉴를 주문..
(와잎이랑 둘이었지만 배가 워낙 고팠다. 회..고까짓거..라는 생각으로. 어차피 2인용이랑은 2만원 차이다. ㅎㅎ)

원래 횟집을 가면 기본 상차림에 나오는 음식들은 잘 먹지 않는다, 신선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회를 많이 못먹기에.
그런데, 이 집은 다 신선하고 맛이 깔끔하다. 아낌없이 먹었다...(결국, 배가....ㅠㅠ)



개인적으로 회는 신선도와 함께 어떻게 장만하느냐에 따라 식감이 좌우되고 맛이 좋은지 안좋은지 평가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는 터라, 그 기준에서 보면 그야말로 일품 횟집이다.

우리와 함께 들어왔던 단체손님은 모친 생신잔치겸 예약한 손님이었다.
지역 주민이 어르신 생신으로 예약하고 찾아올 정도이니 제대로 된 집을 골랐던 셈이다..ㅋㅋ
참고로, 뒤에 나온 생 대하는 결국 배가 불러 먹지 못하고 집에 가져와 다음 날 집에서 아이들이랑 구워먹을 수 밖에
없었다.

멋진 일몰과 환상의 저녁. 와이프랑 단 둘이 가졌던 홀가분하고 달달했던 개천절의 서해 나들이.
태풍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께 깊은 위로와 하루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진심어린 기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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