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지리산 둘레길 5구간(동강~수철)

나무 향기 2019. 10. 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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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한참 매화가 가지끝에서 봄의 싱그러움을 싹틔울 무렵.

한동안 잊고 있었던 지리산 둘레길이 새벽 물안개처럼 마음 속에 다시

떠올랐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한 호기심에 처음 둘레길을

걸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난 해였다.

그 때, 아마도 여러가지 원인으로 마음이 어지럽고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른 아침 일찍부터 산청행 시외버스를 탔다.

동강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산청터미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5구간은 쌍재와 고동재를 넘어 수철마을까지 총 21km 구간이지만, 나는 5구간

시작점인 동강마을이 아니라 저번 4코스를 돌면서 버스를 탔던 산청함양추모공원에서

이어서 걷는다.

 

 

동강-수철

동강 - 수철 12.1km 약 5시간 동강 - 수철 : 중 수철 - 동강 : 중 구간별 경유지 동강마을 – 자혜교(1.2km) – 산청함양 추모공원(1.5km) - 상사폭포(1.8km) – 쌍재 (1.7km) - 산불감시초소(0.9km) - 고동재 (1.4km) - 수철마을(3.6km)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동강리와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를 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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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구간은 산청시외버스 터미널을 통하면 구간 시작점까지는 버스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는 주차도 여유있게 무료로 할 수 있어 외부 탐방객 입장에서는 매우 편하다. (물론, 터미널에 일찍 도착해야 한다.)

산청함양추모공원 앞에서 작은 개천을 건너 들어가면 인적이 드문 계곡이 시작되고,

누군가 정성들여 놓은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비로소 지리산의 품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눈으로 세상을 보기 이전에 마음으로 먼저 보는 것인가 보다. 바닥에 쌓인 갈색 낙엽이 돌계단을 덮은 모습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다

조금 가파른 언덕길을 호젓하게 올라가다 보면 외딴 계곡에 있는 폭포 치고는

제법 모양을 갖춘 폭포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5구간을 대표하는 경유지 중 하나인 상사폭포다.

그 이름에서도 풍기듯이 알고보면 상사폭포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설로 담겨있다.

그 애절함과 그리움이 얼마나 가슴 저몄으면, 그 옛날에는 쉽게 들어 오기도 쉽지 않은

깊은 산중이었을 이 곳까지 전설로 깃들었을까?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아름다울수록 슬픈 것인가... 안타까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상사폭포. 삼각대 없이 바위 위에 올려두고 찍은 사진이라 구도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 여름철 물줄기가 풍부해지면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

5구간은 초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고,

600미터 남짓한 고개를 넘어오는 길이기에 그렇게 힘든 구간은 아니다.

고동재 정상에서 내려다 보았다. 낮은 지리산 구릉 사이 계곡으로 들어서 있는 마을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둘레길 걷는 내내 친구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표지목. 볼 때마다 정이 깊다. 내가 가는 길은 붉은 색 방향이다.
수철 마을에 다다라서 기념 셀카 한 장 

수철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나갈까...하다가 어차피 5구간 시작을

처음부터 하지 않고 추모공원부터 한 터이라 시간도 여유가 있고 거리도 길지 않아서

차가 있는 산청읍까지 조금 더 걸어서 나가기로 한다.

길 옆 갈대숲이 매우 운치 있어 보인다. 혼자 걷는 길손에게는 길에서 만나는 무엇이든 반가운 친구가 된다.
이제 막 꽃망울이 터지는 매화가 길 중간중간에서 선녀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란 하늘에 길게 늘어선 구름이 너무 아름답다. 힐링이란 이런 것인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길 중에 만난 성숙한 숙녀같은 갈대와 상큼한 매화 송이들...

길을 가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작은 아름다움과 행복의 조각들.

걷지 않고서는 만날 수도, 느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산청읍 마을 곳곳의 담벼락은 아이들 놀이터처럼 꾸며져 있다. 보는 마음이 흐뭇하고 추억스럽다
익살맞은 아이들 그림이 훨씬 자연스럽고 명랑하고 어린 시절을 보는듯 해서 저절로 마음이 밝아지고 미소가 지어진다.

어지럽고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뜻하지 않게 다시 찾았던 둘레길의 짧은 길에서

봄볕같은 따뜻함과 평화로움을 안고 돌아왔던 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홀로 걷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따뜻함과 위안을 길을 통해 얻을 것이고

그러한 바램으로 또 길을 나서지 않을까?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약을 남기고 산청을 떠나왔다.

언제든 다시 오겠지...둘레길은 항상 거기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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