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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봉도를 찾아서 1박 2일 - 2

텐트 앞으로 펼쳐진 멋진 노을과 함께 보낸 낭만적인 밤의 여운을 그대로 간칙한 채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섬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무척이나 색다르다. 기계적인 알람 소리 대신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주파수의 시원한 파도 소리와 번잡스럽지 않은 경쾌한 새소리에 정신을 드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이요 행복이다. 더불어 처음 눈을 떠 맞이하는 풍경이 꽉 막힌 콘크리트 벽이 아닌 망망대해를 마주한 푸른 바다라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새벽 내내 물이 빠지고 훤히 드러난 해수욕장 앞 바닷가엔 아침 일찍부터 해루질에 몰려든 사람들로 분주하다. 인근 민박집에 묵었던 관광객들이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아이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아침의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아침이 있는 곳. ..

다녀온 길 2023.11.12

승봉도를 찾아서 1박2일 - 1

이른 아침 차를 몰고 나선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승봉도로 가는 배 편은 9시 30분. 평일 출근 시간을 감안해서 조금 서둘렀던 탓에 7시 30분에 도착하였다. 가벼운 아침 식사는 물론 따끈한 모닝 커피까지 충분히 즐길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다. 승봉도로 가는 배는 인천에서도 탈 수 있지만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는 대부도(방아머리)에서 출발하는 것에 비해 거리도 멀고 중간에 자월도를 경유해서 가기에 자칫 자월도를 승봉도로 착각하고 내리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배의 탑승 시간이 여유가 있고 승전 거리도 짧은 대부도를 택한 이유다. 단,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의 경우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주말일 경우 매우 혼잡하기에 가급적 평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주차..

다녀온 길 2023.11.12

몽골 별밤 기행 3

간 밤의 아쉬움 속에 맞이한 초원의 아침. 태양은 황금처럼 빛나며 깨어난 초원은 촉촉히 젖은 싱그러움을 마음껏 내뿜으며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나서보니 회색 구름은 어디론가 물러가고 하얀 구름이 수놓인 푸른 하늘이 기분 좋게 인사를 한다. 어제 석양을 배경으로 촬영하기로 했다가 궂은 날씨로 취소되었던 초원을 달리는 말들의 모습을 아침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담는 것으로 오전 일정을 준비하였다. 말들이 오기 전에 버스에 짐을 실어 놓고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사진 놀이를 시작한다. 일행이 묵었던 13세기 마을 주민이 촬영을 위해 말들을 몰아주기로 했다. 그렇게 뛰어 다니는 말들을 카메라에 담고 각자의 아침 첫 일정을 마무리 한다. 말 촬영을 마치고 말몰이 역할을 훌륭..

몽골 별밤 기행 2

저녁 식사 후 펼쳐진 숙소 야경 촬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별빛 사냥에 나선다. 같이 동행한 한국 사진 작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총 4박의 일정 중 온전한 밤하늘을 촬영할 수 있는 날이 바로 도착한 첫 날인 오늘뿐일거라는 기상 상황이다. 무슨 이런 일이... 비행기로 3시간, 이역만리 몽골 고원에 와있는 이유가 바로 티끌 하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빛을 감상하기 위함인데, 겨우 오늘 하루...첫날부터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오늘의 밤하늘이 더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긴, 하늘의 조화를 가이드인들 어찌할 수 있겠는가..ㅠㅠ 여하튼, 숙소 야경으로 위밍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장비를 챙겨 숙소 인근의 은하수 촬영지로 이동한다. 가이드 작가가 직접 물색해 놓은 은하수 포인트. 공룡의 대형 모형물이 설치..

몽골 별밤 기행 1

몽골... 중앙 아시아 고원지대 북부의 유목민족의 나라. 몽골은 역사,지리학적으로 우리나라와 로앤 시간을 두고 많은 연관성을 갖는 나라이며 중세 이후 현재까지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 가며 여러 방면에서 많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오랜 인연의 나라, 우리 역사를 힘들게 하기도 했던 나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나서 그런 몽골에 대해서 언젠가는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은 그저 깨끗한 밤하늘에 쏟아지는 무한 별빛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이다. 국토의 80%가 목초지로 구성되었고 그나마 나머지는 사막과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구 밀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에 위치한 나라 몽골.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그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생겨버렸다. 여러해를 벼..

SNS의 기억 소환

잊고있었다. 아침에 휴대폰으로 날아든 SNS의 메모 한 줄.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들..." 사업부문장으로 부임하던 첫 해에 직원들이 건네준 생일 축하. 이런저런 업무 현안에 묻혀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중의 갑작스런 축하였던 터라 너무 놀랍고 부끄럽고 고마왔기에 그 느낌을 그냥 지울 수 없어 몇 줄 적어 SNS에 남겼었나보다. 지나고 나서 보니, 모두가 그리움이고 모두가 고마움이고 모두가 소중함이다. 다들 어찌 지내고 있는지... 눈앞에 마주선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지금 서있기까지 걸어온 시간들을 까마득히 잊기 십상이다. 그 스쳐온 시간들 속에 함께했던 인연들도 시간의 망각과 함께 사라진다. 뭐 꼭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삶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각자의 시간속에서 그래..

사는 이야기 2023.06.15

가고싶은 섬 굴업도-2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서쪽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섬의 태양을 바라보며, 벼랑끝 홀로 선 나뭇가지에 마음을 기대어 하루에게 이별을 고한다. 섬의 하루는 마지막까지 하나가 하나를 보낸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중략) 어느 가을 저녁. 시인 윤동주가 노래했던 하늘과 별을 향한 서사의 첫 구절. 바다 한 가운데의 외딴 섬의 봄 하늘 아래서, 아름답도록 애절했던 그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중략... 차마 부르지 못했던 그 이름들과 지나간 시간 속의 기억들. 시인 윤동주가 노래했던 그 하늘 과 그 별은 분명 지금의 그것들이 아닐진데, 지금 그 구절들이 생각나는 것은 무..

다녀온 길 2023.04.22

가고싶은 섬 굴업도-1

그 섬에 가고 싶다... 굴업도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백패킹 좀 한다는 사람들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주말이면 들어가는 배 표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섬 마을에 모여드는데, 아직은 바다가 조용한 봄 날, 직장인으로서는 소중한 휴가를 주말 앞에다 두고 우여곡절 끝에 굴업도를 위한 배낭을 꾸렸다. 애초에 같이 가기로 한 일행들은 개인 사정으로 빠지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나 홀로 길을 나선다. 3월의 마지막날, 덕적도 행 첫 배를 타기 위해 금요일 새벽 일찍 서둘러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부두의 아침은 벌써 분주하게 깨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까운 식당에 들러 아침 해장국으로 배를 채운다.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는 직항편이 없기에 덕적도 진리항으로 가서 다시 굴업도행 배를 갈아..

다녀온 길 2023.04.15

봄 마중을 가다-구례

매년 돌아 오는 봄은, 긴 겨우내 지친 마음의 그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가장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아위운 계절이기도 하다. 그 짧은 계절을 행여 놓칠세라 봄 소식이 들려오는 곳이면, 많은 이들이 새벽길, 먼 길 마다 않고 전국의 어디라도 찾아가는 열정을 펼치기도 하는데 그 시작은 아마도 남녘의 매화가 아닐까. 구례 화엄사의 불당 앞 마당에 홀로 서있는 홍매화의 자태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매화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만큼 아름답고 수려하기에 매년 철마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그 유명세 덕에 가장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자리에서 사진 한 장 담기 위해서 새벽같이 찾아오는 극성 사진가들도 부지기수일 터인데, 올해는 나도 그 극성 속에 한 발 보태어 본다. 전날 밤 늦게 출발하여 3시간여를 차를 몰고 가니..

사는 이야기 2023.03.26

얼음진 한탄강 물윗길을 걸으며..

전국 지자체마다 이런 저런 걷기 좋은 길들이 많지만, 물 위를 걸어가는 길은 아마도 전국에 단 하나가 아닐까? 강원도 철원군이 몇 해 전부터 겨울철에만 꽁꽁 언 한탄강 위에 놓아 온 한탄강 물윗길. 한탄강 주변은 그 독특한 화산형 지형 덕에 유네스코에서도 공식 인정한 세계 지질 공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놓은 곳.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산형 암석인 현무암이 즐비하게 놓여있는데 제주의 경우 유명한 현무암 명소는 대부분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거나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보는 것이지만, 한탄강 물윗길을 걷다 보면 바로 어깨 옆에 서있는 수만년 전의 용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2월 초순의 날씨는 아직은 쌀쌀하지만 구석구석에 조만간 다가올 따스한 봄날의 작은 흔적들이 자리잡아 초봄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

다녀온 길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