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7

천사들의 고향, 파미르

파미르 퍼밋.타지키스탄을 경유해서 파미르를 오르기 위해서는 타지키스탄 정부에서 발급하는 통행증이 있어야 하는데 파미르 퍼밋이 바로 그것이다. 저 퍼밋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마치 천국행 열차표를 얻은듯 설레임과 흥분감에 어린 아이 처럼 마냥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땐 그냥 막연하게 몇년을 벼르다 기어이 오르게 된 파미르 고원에 대한 오랜 갈망이 해소되어, 그 기분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으로 생각했었다. 척박한 고원.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거친 땅과 메마른 공기. 그 곳엔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그 땅 위에 내 그림자만이 홀로 서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앉은 험산준령의 높은 산맥들과, 끝없이 펼쳐진 메마른 토양의 거친 고원. 그것이 내가 생각했던 ..

사는 이야기 2022.12.28

구름의 고향 파미르에서 꿈을 마주하다-5.고원에서의 이별

호로그가 파미르의 관문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라면, 무르갑은 파미르의 한가운데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가진 것을 교환하는 교역의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지닌 곳이다. 지정학적 위치로도 타지키스탄 령 파미르 고원의 거의 동쪽 끝에 위치해서 동쪽으로는 신장 위구르 지역을 통해 중국으로 통하고 북으로는 키르키즈스탄,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인도와 연결이 되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무르갑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컨테이너 건물들로 이루어진 시장이 많은 외지인의 방문으로 분주했던 곳이다. 우리 일행의 이번 파미르 고원에서의 여정도 이곳 무르갑에서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 부룬쿨을 출발하기도 전에 벌써 일행중 일부가 고산 증세로 꽤 힘들..

구름의 고향 파미르에서 꿈을 마주하다-4.고원에서 바람이 되다.

아침이다. 킬리만자로 동정 이후 오랜만에 맞은 고원의 아침. 해발 3천8백미터이다. 6천미터 근처까지 경험했던 터라 이 정도 높이에서 고산증세는 어차피 그리 신경쓸 일이 아니지만, 일교차가 큰 날씨에 연일 이어지는 휴식 없는 장거리 이동 덕에 몸은 많이 지쳐 있었는지 더없이 맑고 신선한 아침공기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전날 밤 늦게 도착하여 충분한 휴식도 없이 부랴부랴 눈을 붙인 터라 더욱 몸은 무겁게 느껴졌다. 어찌어찌 힘겹게 몸을 일으켜 간단한 세면 후에 마을 구경을 나선다. 한여름이지만 제법 쌀쌀한 고원의 아침은 깨끗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하고, 지난 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마을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며 아침 인사를 건넨다. 파미르 고원 지대..

구름의 고향 파미르에서 꿈을 마주하다-3.바람을 타고 고원으로

호로그에서의 아침이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빙하수의 덕일까? 파미르 인근에서 맞는 아침은 항상 상쾌하다. 파미르의 본격 고원 지대로 출발하는 오늘 아침도 역시 말할 수없이 상쾌하고 햇살 마저 더없이 깨끗하다. 일행중 절반은 벌써 마을 인근을 돌아보며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한데 나는 그 상쾌함과 여유로운 아침시간을 즐기기 위해 카메라 대신 모닝 커피를 선택했다. 천연 공기 청정기인 빙하수가 빚어 놓은 상쾌한 아침 공기로 한껏 정신을 가다듬고 숙소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유난히 볼살이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 한가운데 도도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두샨베에서 호로그까지 이동하는 내내 여기 타지키스탄의 길냥이, 개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만났다. 사람들도 그리 신경쓰거나 경계하지 않는듯하..

구름의 고향 파미르에서 꿈을 마주하다-2.파미르의 관문, 호로그

호로그. 타지키스탄 제2의 도시이자 오랜 기간 파미르의 관문으로 동서양 문화 교류의 중심이었던 곳이며, 파미르를 대표하는 군트강와 판지강이 합쳐지는 물의 도시이기도 하다. 7~8세기 현장법사와 혜초선사의 기록에는 비록 살육과 약탈을 서슴치 않는 야만스러운 부족 무리로 표현되어 있지만, 파미르를 지나던 그 당시의 많은 길손들에게는 달콤한 휴식과 새로운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이었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의 오고가는 발길로 인하여, 척박한 환경에서도 나름의 풍족함과 번성함을 누렸을 것이다. 호로그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는 파미르 하이웨이가 유일한데, 일국의 제2의 도시로 들어가는 주 도로 치고는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판지강의 거친 물결을 옆으로 두고 좁은 산비탈을..

구름의 고향 파미르에서 꿈을 마주하다.-1.파미르로 가는 길

파미르. 평균 해발 고도 6,100m의 높은 봉우리들로 이어진 산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원 지역으로 북으로는 텐샨산맥, 남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의 줄기인 힌두쿠시와 카라코람 산맥을 두고 서쪽으로 이란 고원, 동으로는 티뱃과 맞닿아 있어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우는 곳. 지대가 높아 기후는 건조한 대륙성이며 강수량이 적고 주변 산맥의 봉우리 끝은 항상 눈에 덮여 있으며 큰 기온 차로 인하여 키작은 고산 식물들 외에는 푸른 빛을 찾아보기 힘든 곳. 그 곳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존재하는, 그런 곳이다. 1km당 겨우 1~2명 정도의 낮은 인구밀도(출처:다음백과사전)는 그 열악한 생존 환경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파미르 고원의 대부분은 타지키스탄에 속하고 주민의 대부분이 농업과 목..

파미르 고원을 향한 첫 준비

다가오는 올 여름. 파미르 고원을 밟는다. 그 첫 준비로 파미르 고원에 대한 역사와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훑어보기로 하고 이런저런 인터넷 서점을 뒤적여 찾아낸 책 한 권.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사진 기행.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이는 것이 또한 보다 풍요로운 사진 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이 되겠기에, 파미르에 대한 사전 지식의 습득은 필수. 과거 고구려 유민 출신이었던 고선지 장군을 비롯하여 그보다 앞서 신라의 혜조 선사의 발걸음이 있었고 서유기의 모티브가 되었던 그 유서깊은 곳을 직접 걸어본다는 것은 왠만큼 흥분되는 이벤트가 아니다. 460페이지를 넘기면서 이제 파미르 여행을 위한 그 첫번째 과제가 완료. 책 한 권 읽는다고 대단한 뭔가가 없다가 생기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설레이는 ..

사는 이야기 2022.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