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지리산 둘레길 6구간(수철~성심원)

나무 향기 2019. 11. 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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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5구간을 둘러보고 1년이 지난 후...

5월의 첫날, 봄의 끝자락에서 둘레길 6번째 구간을 나섰다.

함께할 길벗은 찾기 힘들어도 길은 항상 거기 있으리라...

1년만인가? 다시 찾은 산청읍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반기며 서 있었다. 이른 아침 녘이었다.

 

6구간 시작점인 수철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산청읍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야 하지만, 지난 번 5구간을 돌면서 수철마을에서 산청읍까지의 길을 이미 둘렀던 터라

산청 터미널에 차를 세워두고 곧바로 성심원으로 향했다.

 

수철-성심원

수철 - 성심원 12km/ 15.9km(선녀탕 경유) 약 4시간/ 약 6시간(선녀탕경유) 수철 - 성심원 : 하 성심원 - 수철 : 중 수철-성심원 구간 경유지 수철 – 지막(0.8km) – 평촌(1.8km) – 대장(1.6km) – 내리교(3.4km) – 내리한밭(1.6km) – 바람재(0.9km) – 성심원(1.9km) 수철-성심원 구간 선녀탕 경유지 수철 – 지막(0.8km) – 평촌(1.8km) – 대장(1.6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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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구간은 크게 산청읍을 돌아 흐르는 경호강을 벗삼아 걷는 길이다.

봄 기운이 가시고 서서히 더운 바람이 불어올 즈음에 마주하는 강바람이

행복은 그리 거창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너무나 쉽게 가르쳐 준다.

산청읍 경계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국도길 옆으로 경호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경호강을 따라 양옆으로 펼쳐진 평야에선 풍성한 가을을 준비하는 들판의 넉넉함이

길손의 마음에 한아름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내리교를 지나 선녀탕을 향하는 길목에는 양지바른 볕이 포근히 찾아들고,

그 따사로움에 아기자기한 장난감 같은 집들이 눈길을 머물게 한다.

길 언저리의 들꽃을 울타리 삼아 전원 생활의 멋드러짐을 한껏 부리고 있다. 유난히 바쁜 벌꿀의 날갯짓이 앙증스럽다.

선녀탕을 지나 바람재까지는 이마에 땀방울을 제법 훔치며 걷게 된다.

길은 한적하고 큰 경사는 없으나 그래도 지리산 자락이라...

오르내림이 자주 있다보니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산길 걷는 묘미가 있다.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시원한 계곡물에 씻어 내리는 기분이야 이루 말할 수 있을까.

혼자 걷는 길은 여럿이 걷는 길에 비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작은 것 하나에도

큰 관심으로 돌아다 보게 된다.

주변의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가 다 그렇다.

때묻지 않은 숲길에선, 왠지 작은 정령들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움마저 느껴진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말 없이 어깨만 나란히 길을 걷는다. 숨소리 발소리가 대화요 교감일 것이다.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전설같은 숲길을 차분히 내려서면 멀지 않은 시선끝에 좌측으로

성심원 건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성심원은 재단법인 프란치스꼬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로서

다양한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복시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성심원 내에 핀 연산홍이 도심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기분 탓인가...회색빛 세상에 빛과 색을 더해주는 그런...
성심원 내부를 이리저리 낯선 발걸음으로 둘러보다 보면 지리산 둘레길의 표식이 눈에 띈다.

성심원은 별다른 경계없이 둘레길과 내부가 자연스레 이어져 있다. 

정문 근처에 성심원 매점이 있어 시원한 음료수와 간단한 빵으로 목을 축이고 허기를 채울 수 있다.

성심원 문을 나서면 우측으로 7구간으로 이어지는 가로수길이 뼏어 있다.

정면으로 걸쳐 있는 다리끝에서 산청읍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마을 버스 시간표를 고려해서 늦기 전에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6구간은 길따라 강따라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적당히 땀을 흘리며 충분히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며 여럿보다는

한두명 진심 마음이 통하는 벗들과 오붓하게 걸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성심원이라는 시설을 가로지르며, 종교를 떠나서 세상에 진정한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다리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본 성심원의 전경. 느낌이 아늑하다.

성심원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웅석봉.

다음 여정인 7구간은 저 웅석봉을 넘어 가게 된다.

둘레길 전 코스를 통틀어 난이도가 손꼽히는 구간이다.

 

※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어디선가 "둘레길 하시나 보네요~?" 라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의 반사적으로 "네~"라고 대답을 건네며 고개를 둘러보니 시내 학원으로 가는

   딸아이를 태우러 나온 아주머니 한 분이 산청까지 갈거면 같이 태워주신단다.

   허..참...고마울 뿐이다.

   내가 사는 도심에서는 꿈도 못꿀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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