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19

SNS의 기억 소환

잊고있었다. 아침에 휴대폰으로 날아든 SNS의 메모 한 줄.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들..." 사업부문장으로 부임하던 첫 해에 직원들이 건네준 생일 축하. 이런저런 업무 현안에 묻혀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중의 갑작스런 축하였던 터라 너무 놀랍고 부끄럽고 고마왔기에 그 느낌을 그냥 지울 수 없어 몇 줄 적어 SNS에 남겼었나보다. 지나고 나서 보니, 모두가 그리움이고 모두가 고마움이고 모두가 소중함이다. 다들 어찌 지내고 있는지... 눈앞에 마주선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지금 서있기까지 걸어온 시간들을 까마득히 잊기 십상이다. 그 스쳐온 시간들 속에 함께했던 인연들도 시간의 망각과 함께 사라진다. 뭐 꼭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삶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각자의 시간속에서 그래..

사는 이야기 2023.06.15

봄 마중을 가다-구례

매년 돌아 오는 봄은, 긴 겨우내 지친 마음의 그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가장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아위운 계절이기도 하다. 그 짧은 계절을 행여 놓칠세라 봄 소식이 들려오는 곳이면, 많은 이들이 새벽길, 먼 길 마다 않고 전국의 어디라도 찾아가는 열정을 펼치기도 하는데 그 시작은 아마도 남녘의 매화가 아닐까. 구례 화엄사의 불당 앞 마당에 홀로 서있는 홍매화의 자태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매화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만큼 아름답고 수려하기에 매년 철마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그 유명세 덕에 가장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자리에서 사진 한 장 담기 위해서 새벽같이 찾아오는 극성 사진가들도 부지기수일 터인데, 올해는 나도 그 극성 속에 한 발 보태어 본다. 전날 밤 늦게 출발하여 3시간여를 차를 몰고 가니..

사는 이야기 2023.03.26

천사들의 고향, 파미르

파미르 퍼밋.타지키스탄을 경유해서 파미르를 오르기 위해서는 타지키스탄 정부에서 발급하는 통행증이 있어야 하는데 파미르 퍼밋이 바로 그것이다. 저 퍼밋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마치 천국행 열차표를 얻은듯 설레임과 흥분감에 어린 아이 처럼 마냥 좋아서 어쩔줄 몰라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땐 그냥 막연하게 몇년을 벼르다 기어이 오르게 된 파미르 고원에 대한 오랜 갈망이 해소되어, 그 기분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으로 생각했었다. 척박한 고원.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거친 땅과 메마른 공기. 그 곳엔 아무 것도 없고 오로지 그 땅 위에 내 그림자만이 홀로 서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앉은 험산준령의 높은 산맥들과, 끝없이 펼쳐진 메마른 토양의 거친 고원. 그것이 내가 생각했던 ..

사는 이야기 2022.12.28

파미르 고원을 향한 첫 준비

다가오는 올 여름. 파미르 고원을 밟는다. 그 첫 준비로 파미르 고원에 대한 역사와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훑어보기로 하고 이런저런 인터넷 서점을 뒤적여 찾아낸 책 한 권.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사진 기행.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이는 것이 또한 보다 풍요로운 사진 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본이 되겠기에, 파미르에 대한 사전 지식의 습득은 필수. 과거 고구려 유민 출신이었던 고선지 장군을 비롯하여 그보다 앞서 신라의 혜조 선사의 발걸음이 있었고 서유기의 모티브가 되었던 그 유서깊은 곳을 직접 걸어본다는 것은 왠만큼 흥분되는 이벤트가 아니다. 460페이지를 넘기면서 이제 파미르 여행을 위한 그 첫번째 과제가 완료. 책 한 권 읽는다고 대단한 뭔가가 없다가 생기는 것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설레이는 ..

사는 이야기 2022.06.19

영금정의 봄

5월 어느 봄. 지난 겨울 가려했던 영금정의 아침 해를 맞이하기 위해 주섬주섬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마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청명 그 자체.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넓은 바다를 통으로 품을 수만 있다면 가슴에 쌓인 삶의 찌꺼기들을 한 번에 씻어 내릴 수 있으련만... 언덕 위의 또다른 영금정 정자 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보았다. 아래쪽 전망보다는 확연히 다른 전망. 겨울철이라면 일출각이 훨씬 남쪽으로 이동하기에 언덕 위 전망대는 일출을 감상하기 그다지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봄철이라면 언덕 위 전망도 나쁘지는 않다. 내일 아침 일출은 전망대에서 보기로 하고 영금정과의 첫 만남 자리를 정리한다. 다음날 새벽. 아직은 차가운 새벽 바닷가. 전 날 날씨는 쾌청하고 맑았지만 새..

사는 이야기 2022.06.19

라카이 코리아 독도 후원 박스

그냥...어쩌다 기사가 눈에 띄어 그 의도에 뜻이 닿아 망설임 없이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주문했던 스니커즈와 후원박스 셋트가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려 배송이 되었다. 스니커즈 퀀텀 시리즈. 독도 후원, 그 의미를 살려 태극기 문양을 과하지 않게 넣어 주문하였는데 가죽 질감도 부드럽고 디자인, 착용감이 예상외로 만족스럽다. 밑창 옆 부분에 새겨진 태극기 문양은 실제로 독립군의 서명이 새겨진 태극기를 옮겨놓은 것인데 한동안을 손길로 어루만져본다. 스니커즈와는 별도로 배송된 감사 후원 박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과 중국인,일본인들의 근거없는 한국 비하 발언등에 대응하여 국제소송을 제기하는 데에 필요한 후원금의 모금을 위해 판매되는 꾸러미 상품이다. 택배 박스를 열어보니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대로 태극기가 그려..

사는 이야기 2021.07.10

반곡지, 사진, 그리고....

다녀온 때 : 2021년 4월 17일 ​ 회사 출장길에 기회가 닿아 오랜만에 봄의 신록이 새로운 반곡지를 찾았다. 예전의 한적하던 시골 근교 마을의 작은 저수지는 간 데 없고, 주차장에 차가 빼곡히 들어선 교외의 분주한 데이트 코스로 변해있었다. 아름다운 봄의 정취를 수려한 자연 속에서 감상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당연한 것이지만 예상외로 분주함에 흠칫 놀래하며 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나도 봄을 담기에 나선다.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없잖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분홍빛 복사꽃들의 고운 자태를 예상하고 갔었지만 역시나 섣부른 기대였나보다...복사꽃은 좀 더 기다려야될 듯하다. 사유지인 이유로, 일반인들이 거의 다니지 않던 복사나무들 지나 건너편 언덕에 산책로가 생겨 몇몇 열성 사진 동호인들이나 들어..

사는 이야기 2021.04.18

부산역 맛집 경주국밥

기차로 부산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거치게 되는 부산역. 먼 거리를 기차 여행하느라 출출한 속을 달래러 기왕이면 부산의 대표 음식 돼지국밥을 찾게 되는데.. ​ 부산역 앞 중앙대로의 큰 길을 건너면 또 하나의 부산의 명물 텍사스 거리가 보이구요. 정작 그 텍사스 거리에 오래된 돼지국밥 명소가 있다면??? 부산역 광장을 새로 단장을 하면서 광장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생겼는데 거길 건너면 텍사스 거리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 이 곳은 예전에 한 때 외국인들을 상대로한 유흥가로 내국인들은 입장 제한까지 걸렸던 유명한 곳이지만, 요즘은 내외국인 제한 없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게되어 예전에 비하여 개발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듯 한데, 의외로 이 곳에도 오래된 맛집들이 많습니다. 그 중 한 집. 꽤 오랜 기간 동안 ..

사는 이야기 2021.04.18

봄날애 행복

오늘은 판교에 있는 쌈밥집엘 다녀왔습니다. 남서울 cc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봄날애". 주변도로랑 인근 아파트 신축 공사로 약간 어수선 하긴 하지만... 코로나로 그 동안 자제 하고 있었던 가족 외식을 봄날이 가기 전에 생일 파티겸 간만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봄날로 검색했더니 바로 나오네요...ㅎ 봄날애.. 오픈한지는 한 달 남짓. 신규 오픈 가게라서 입구부터 정갈한 분위기가 맘에 듭니다. 왼쪽 인조 잔디 깔린 곳까지 넉넉한 주차장까지맞은 편에는 아파트 공사..ㅎ미리 전화 예약했기에 2층 별도 공간으로 안내 받습니다. 깔끔합니다.3층까지 일반 홀과 다양한 사이즈의 룸이 각 층마다 별도로 준비가 되어 있어 단체 모임이나 각별한 모임이나 가릴 것 없이 편하게 모일 수 있을 거 같네요. 테이블 위에 음..

사는 이야기 2020.06.14

봄...월류봉 수달래

짧은 봄을 유난히 짧게 머물다 가는 수줍은 소녀가 있다. 개울, 강가에 낮게 피는 산철쭉. 수달래. 수줍어 수줍어 남들 몰래 물가에 피는 꽃이라 수달래라 했던가. ​ 조강천 변의 월류정을 배경삼아 고운 모습을 보러 새벽길을 달려간다. 이제 막 바위 틈 사이로 피어나는 꽃송이들이 아직은 살짝 이른 감이 있어 활짝 피지는 못했다. ​ 날씨도 그리 좋지 않아 빛도 없고, 바람도 심해 장노출은 애초에 포기. 그나마 주말에 맞춰 이 정도 온전히 고개를 내밀고 반겨주는 모습이 감사할 따름이다. ​ ※ 촬영일 : 2020. 04. 18

사는 이야기 202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