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11

가고싶은 섬 굴업도-1

그 섬에 가고 싶다... 굴업도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백패킹 좀 한다는 사람들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주말이면 들어가는 배 표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섬 마을에 모여드는데, 아직은 바다가 조용한 봄 날, 직장인으로서는 소중한 휴가를 주말 앞에다 두고 우여곡절 끝에 굴업도를 위한 배낭을 꾸렸다. 애초에 같이 가기로 한 일행들은 개인 사정으로 빠지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나 홀로 길을 나선다. 3월의 마지막날, 덕적도 행 첫 배를 타기 위해 금요일 새벽 일찍 서둘러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부두의 아침은 벌써 분주하게 깨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까운 식당에 들러 아침 해장국으로 배를 채운다.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는 직항편이 없기에 덕적도 진리항으로 가서 다시 굴업도행 배를 갈아..

다녀온 길 2023.04.15

영금정의 봄

5월 어느 봄. 지난 겨울 가려했던 영금정의 아침 해를 맞이하기 위해 주섬주섬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마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청명 그 자체.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넓은 바다를 통으로 품을 수만 있다면 가슴에 쌓인 삶의 찌꺼기들을 한 번에 씻어 내릴 수 있으련만... 언덕 위의 또다른 영금정 정자 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보았다. 아래쪽 전망보다는 확연히 다른 전망. 겨울철이라면 일출각이 훨씬 남쪽으로 이동하기에 언덕 위 전망대는 일출을 감상하기 그다지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봄철이라면 언덕 위 전망도 나쁘지는 않다. 내일 아침 일출은 전망대에서 보기로 하고 영금정과의 첫 만남 자리를 정리한다. 다음날 새벽. 아직은 차가운 새벽 바닷가. 전 날 날씨는 쾌청하고 맑았지만 새..

사는 이야기 2022.06.19

곰배령, 천상의 화원에서

곰배령. 강원도 양양군에서 솟아오른 점봉산이 남으로 뻗쳐 작은 점봉산에 이르면 그 아래로 해발 1,100m 고지에 평평한 평원이 펼쳐지는데, 이 곳이 곰배령이다. 곰이 배를 내밀고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곰배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모양도 그렇고 이름의 유래가 동화스러워 귀엽고 이쁘기만 하다. 곰배령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강원도 인제군에 속하고, 귀둔리와 진동리 두 곳의 들머리를 통하여 오를 수 있는데 자연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해 매일 정해진 인원 수에 한해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기에 두 군데 모두 사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제로 인한 세심한 관리 덕분인지 이 곳의 생태 환경은 원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그대로 느끼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다녀온 길 2022.05.29

밀양 위양지 - 하얀 기억을 접다

벌써 여러해가 지났다. 아침 이슬 머금은 노란 창포가 유난히 청초했던 봄날 새벽. 아침 맑은 호숫가를 노니는 원앙 한 쌍과 부지런한 아침새의 울음 외엔 내 발자욱 소리만 있었던 그 곳이었다. 하얗게 서린 아침 이슬에 젖은 그 기억을 안고 멀이 떠나 지내던 차에, 또 다시 찾아온 5월. 드문드문 길가의 가로수에 이팝 나무가 솜털같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새하얌으로 가득했던 위양지의 기억이 하얗게 솟아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기억은,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만 가는 거라고... 아침 일찍 무작정 나서며 밀야으로 길을 잡는다. 새벽의 기억이 깃든 그 곳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느즈막 해질 무렵. 그래, 이제 이 저녁 노을에 실어 위양지의 기억도 같이 보내자. 예전과 달리, 이제는 많이 알려져 ..

다녀온 길 2022.05.08

두타산 그 비경의 품에 안기다...

두타산. 강원도 동해와 삼척에 걸쳐 태백 준령의 장엄함과 신비에 가까운 빼어난 절경으로 뭇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1,357m고지의 명산. 지난 가을...그 아래의 무릉계곡을 지인들 몇몇과 함께 우연히 들렀다가 그 멋진 풍광에 사로잡혀 가까운 시일 내에 꼭 제대로된 산행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터였다. 가을철 단풍에 물든 시절이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무래도 가을철에는 사람들에게 시달릴 확률이 높아 그냥 날 좋은 화창한 주말에 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약3시간. 아침 6시에 출발하니 9시가 조금 지나서 관리 사무실 앞 주창에 도착. 주차장은 이미 전국에서 찾아든 차들로 가득하다. 입구에서 표를 구입하고 안내도에서 다시 한 번 오늘의 코스를 확인한다. 강원 지역 깊은 산들 중에는 간혹 휴대폰이 불통..

다녀온 길 2021.06.26

반곡지, 사진, 그리고....

다녀온 때 : 2021년 4월 17일 ​ 회사 출장길에 기회가 닿아 오랜만에 봄의 신록이 새로운 반곡지를 찾았다. 예전의 한적하던 시골 근교 마을의 작은 저수지는 간 데 없고, 주차장에 차가 빼곡히 들어선 교외의 분주한 데이트 코스로 변해있었다. 아름다운 봄의 정취를 수려한 자연 속에서 감상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당연한 것이지만 예상외로 분주함에 흠칫 놀래하며 품 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나도 봄을 담기에 나선다. 아직은 좀 이른 감이 없잖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분홍빛 복사꽃들의 고운 자태를 예상하고 갔었지만 역시나 섣부른 기대였나보다...복사꽃은 좀 더 기다려야될 듯하다. 사유지인 이유로, 일반인들이 거의 다니지 않던 복사나무들 지나 건너편 언덕에 산책로가 생겨 몇몇 열성 사진 동호인들이나 들어..

사는 이야기 2021.04.18

덕적도 비조봉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산으로, 강으로 다니던 발걸음이 이제는 바다를 건너 섬으로 향한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면 서해에서 제법 큰 섬인 덕적도에 이른다. 이미 백패킹 애호가들에게는 성지나 다름 없이 되어버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덕적도. 애초에는 굴업도를 가고자 했었으나 굴업도를 들어가는 주말 배편을 주민이 아닌 일반인이 구하기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는, 미련없이 덕적도로 행선지를 변경해버렸다. 덕적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인천여객터미널 외에도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도 구할 수 있으며 대부도 쪽에서 가는 편이 시간도 조금 짧고 배편 요금도 싸기에 대부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대부도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거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정체 구간인 데다 터미널 주차장도 협소해서 자가용을 이..

다녀온 길 2020.10.20

지리산 둘레길 10구간(위태~하동호)

2018년 5월 절반 정도 남은 지리산 둘레길 구간.. 부서 이동 등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한참을 제쳐 두고 있었다. 출발점이 부산이 아니라 서울이 되어 버린 2018년의 생활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5월의 푸른 기운을 입어 다시 길을 나선다. 위태마을에서 하동호로 이어지는 열번째 구간이다. 위태-하동호 위태 - 하동호 11.5km 약 5시간 위태 - 하동호 : 상 하동호 - 위태 : 상 구간별 경유지 위태(상촌) – 지네재(1.9km) – 오율마을(0.6km) – 궁항마을(2.2km) – 양이터재(2.2km) – 나본마을(2.6km) – 하동호(2km)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와 하동군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를 잇는 11.5km의 지리산둘레길. 위태-하동호구간은 낙동강 jirisant..

다녀온 길 2020.02.02

지리산 둘레길 17구간(난동~오미)

2017년 6월 5월의 푸르름을 벗삼아 산청을 돌아 성심원을 다녀온 후, 6월엔 곧바로 7번째 구간을 가지 않고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7년 6월. 오미~난동의 구례구간을 1박2일에 걸쳐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서시천을 따라 걷는 구례 구간이 길좋고 아름답기로 평이 나있었던 덕이다. 구례 구간은, 오미마을과 난동마을을 잇는 구간으로 서시천을 따라 걷는 길과 지리산 산자락을 걷는 두 구간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시작은 온당리 난동마을, 마을까지 오가는 버스편이 애매해서 부득이 마을에 차를 세워두고 1박2일의 여정을 시작한다. 마을 주차장이 엄청 넓게 조성되어 있는데 차는 거의 없다. 주차요금은..? 당연 무료다. ㅎ 아침에 분주한 산골 마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유람하듯 길을 내려온..

다녀온 길 2019.11.24

지리산 둘레길 5구간(동강~수철)

2016년 3월 한참 매화가 가지끝에서 봄의 싱그러움을 싹틔울 무렵. 한동안 잊고 있었던 지리산 둘레길이 새벽 물안개처럼 마음 속에 다시 떠올랐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한 호기심에 처음 둘레길을 걸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난 해였다. 그 때, 아마도 여러가지 원인으로 마음이 어지럽고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이른 아침 일찍부터 산청행 시외버스를 탔다. 동강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산청터미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5구간은 쌍재와 고동재를 넘어 수철마을까지 총 21km 구간이지만, 나는 5구간 시작점인 동강마을이 아니라 저번 4코스를 돌면서 버스를 탔던 산청함양추모공원에서 이어서 걷는다. 동강-수철 동강 - 수철 12.1km 약 5시간 동강 - 수철 : 중 수철 - 동강 : 중 구간별..

다녀온 길 201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