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8

킬리만자로 등정기-8 우후루 피크에 서다

바란코에서 해발 4,600미터 바라푸까지 9km의 이동 후 저녁 식사와 7시간의 개인별 휴식을 마지막으로 23시 집합.가벼운 식사 후 자정을 기해서 드디어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를 향해 모두 말없는 발걸음을 시작한다.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각자의 헤드랜턴과 가이드들의 보조를 받으며 묵묵히, 각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기 위하여최선을 다한다.05시 30분 무렵부터 동쪽 하늘이 물들기 시작한다. 새벽 박명이다.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마웬지 봉을 배경 삼아 힘겹게 담았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을 정신적 신체적 여유는 이미 바닥이 난 지 오래다. 겨우 발 걸음을 옮길 수 있을 만큼의 숨을 쉬기도힘겨운 상황.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그야말로 힘겹게 일출을 담았다.. 그래도 아름답다. 스텔라 ..

킬리만자로 등정기-7 우후루피크 전야

아침 일찍 바란코 캠프를 나서서 아슬아슬한 바란코 wall을 지나 바라푸 캠프까지 9km를 이동한다.떠나온 캠프의 빈 자리가 휑하게 보인다. 시작 지점부터 일행의 안전 산행을 이끌고 있는 현지 가이드 아담(Adam)이다. 해맑은 미소가 정감이 간다. 잊을 수 없는 인연이 되리라. 험난한 바란코 Wall을 지나 능선에서 실루엣만으로 한 컷 기념으로 포즈를 잡는다. 멀리 메루산이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 어제까지 구름에 싸였던 정상부가 다시 말끔하게 나왔다. 오늘 자정이다.!! 현지 가이드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조셒(Joseph).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다. 딱 부러지는 성격에 마초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아프리카 사나이다. 점심 식사 장소다. 여기 카랑가 캠프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 후 마지막 전진 캠프인 ..

킬리만자로 등정기-6 바란코 캠프

전날 말썽이었던 등산화 왼뒷축을 다행스럽게도 현지인 스탶을 통해 튼튼히 손 볼 수 있었다.오늘의 일정은 고도 4,600미터 라바타워 지점에서 점심 식사후 다시 3,900미터인 바란코 캠프로 이동하여 고산 적응력을 최대한끌어올려야 한다. 이동 거리는 약10km, 7시간 예정이다.쌀쌀하지만 상쾌한 공기를 최대한 흡입하며, 가벼운 몸풀기와 함께 긴 여정을 준비한다. 이제부터는 눈앞을 가로막는 나무도 없고 거대한 바위도 없는, 그야말로 화산재로 덮인 고원을 마냥 걷기만 한다. 구름 위로 짐을 나르는 포터들의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듯 하다. 멀리 메루산을 보면서 잠시 숨을 돌린다. 정상부가 구름에 싸인다. 잠시 뜨거운 자외선을 피하기엔 좋으나 마지막 날엔 부디 맑은 하늘이길 바래본다. 라바타워 캠프 지점이다..

킬리만자로 등정기-5 쉬라 캠프

고산 산행이 처음인 나로서는 가장 걱정이 되었던 날...본격 산행 둘째 날이다.마차메 캠프에서 쉬라 캠프까지 5km구간을 통해 고도 1천 미터를 다시 오른다. 그 만큼 경사도가 심하고 길이 험하다는 얘기이다.왼쪽 등산화 뒤축이 약간 입을 벌린 상태이다. 끝까지 같이할 수 있을까.... 돌아다 보니 드디어 구름 위에서 걷고 있다. 멀리 메루산이 구름 위로 뾰족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다. 탁 트인 시야가 가쁜 숨을 그나마조금 달래준다. 멀리 최종 목적지가 보인다. 마랑구 루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마차메 루트에서는 줄곧 최정상 봉우리를 보면서 산행이 가능하다. 고도는 이제 3천미터 이상으로 올라간다. 약간 쌀쌀한 아침 기온에 몸을 움츠리고 시작했지만 산행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옷차림이바뀐다.어느 정도 고산에..

킬리만자로 등정기-4 마차메 캠프

아침부터 분주하다...어제 숙소에서 마주쳤던 거의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아침에 싸파리 투어 혹은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서기 위해한꺼번에 좁은 호텔 로비와 각자 타고갈 차량들이 진입로에 몰려들면서 서로 짐들을 확인하고 차에 싣고 하는 통에 작지 않은 혼잡이 벌어졌다.덕분에 우리 일행도 출발 시간이 예정보다 한 시간 가량이 늦춰졌다. 역시 한국에서와 같은 정확하고 신속한일처리는 여기서는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듯 싶다. 겨우 짐을 정리하고 한 시간 가량 버스로 달려 도착한 마차메 게이트.마차메 루트의 시작점이다. 여기서 입산자 명단 확인등의 절차와 포터들이 지고 갈 짐들의 무게를 1인당 15kg 이하로 공평하게 조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대부분의 킬리만자로 등반객들은 마랑구 루트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을 무..

킬리만자로 등정기-3 도착

킬리만자로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모시(Moshi)市로 버스로 이동한다.대부분의 킬리만자로 원정 팀들이 거쳐가는 모시(Moshi)市는 다른 도시에 비해외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탓에 도시화가 제법 이루어지고 소득도 상대적으로높은 곳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각종 간판들, 뜨거운 태양빛에 말라버린 듯한 옥수수 밭과 해바라기 밭이 길가에 즐비해 있고끝없는 초원 위로 간간이 마사이족의 소몰이 광경이 펼쳐기도 한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다음날 본격 시작될 산행을 위하여 포터에게 맡길 짐과 직접 베낭에 넣을 짐을 구분하여 정리한다.적도에서 약간 남쪽에 위치하여 계절상으로는 겨울인데다 살짝 높은 고원지대의 특성상 밤에는 다소 쌀쌀한, 우리나라의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피서지로는 그야말로 그만..

킬리만자로 등정기-2 출발

늦은 밤. 차 없는 길을 달려 도착한 한적한 인천공항 출국장. 간간히 사람들이 오갈뿐, 여행사 코너엔 우리 일행들만 분주했다. 처음 도전하는 고산지역 등정. 그것도 아프리카라는 큰 대륙의 최고봉을 오르는 여정. 은근히 걱정도 스며든다. 드디어 받아든 이디오피아 항공의 비행 티켓. 늘 대한민국 국적기만 타던 입장에서는 매우 낯설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최종 목적지인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까지는, 이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약2시간30분을 기다려 다시 환승을 해야 한다. 다양한 인종의 많은 사람들이 환승을 기다리며 각자의 시간들을 보낸다. 지친 모습들, 바쁜 발걸음 모두 같은 공간이다. 기다림이 유난히 지루하다. 준비된 비행기로 올라타니 이번엔 창가쪽 좌석이다. 비행중 킬리만자로를 잘 볼 수 있는 자리..

킬리만자로 등정기 - 1 준비

언제 부터인가 마음 속에 버킷 리스트가 하나 생겼었다...아마도 12년 전 쯤이었던 것 같다.우연히 회사 선배의 자기 자랑 중 킬리만자로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면서"그런 곳에도 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니 그 때부터 나의 버킷 리스트에 킬리만자로가등장하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어쨌든...최초에 계획했던 2014년에는 공교롭게도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였고그 덕에 나의 킬리만자로 등정길도 같이 막혀 버렸었다.그 이후 여러가지 세상 살이에 그냥 포기하고 지내던 차에 불현듯 다시 그 리스트가 살아난 것은,지난 몇년의 세월동안 가슴 깊은 곳에서 어지간히도 눌려져 지내던 욕망이 드디어 터져나온 것이리라. 일단 루트는 대부분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마랑구 루트 대신 힘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