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두타산 그 비경의 품에 안기다...

나무 향기 2021. 6. 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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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강원도 동해와 삼척에 걸쳐 태백 준령의 장엄함과
신비에 가까운 빼어난 절경으로 뭇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1,357m고지의 명산.
지난 가을...그 아래의 무릉계곡을 지인들 몇몇과 함께 우연히 들렀다가
그 멋진 풍광에 사로잡혀 가까운 시일 내에 꼭 제대로된 산행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터였다.
가을철 단풍에 물든 시절이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무래도 가을철에는
사람들에게 시달릴 확률이 높아 그냥 날 좋은 화창한 주말에 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약3시간. 아침 6시에 출발하니 9시가 조금 지나서
관리 사무실 앞 주창에 도착. 주차장은 이미 전국에서 찾아든 차들로 가득하다.

입구에서 표를 구입하고 안내도에서 다시 한 번 오늘의 코스를 확인한다.
강원 지역 깊은 산들 중에는 간혹 휴대폰이 불통일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산행 시작전 사진으로 등산 코스 지도를 찍어두면 안전 산행에 도움이된다.
베틀바위를 거쳐 정상을 찍고 다시 마천루를 경유해서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대략 15km 정도의 코스다.
예상 소요 시간은 약 8시간. 하산 후 1박의 일정이므로 넉넉하게 잡는다.

관리사무소 앞의 신선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베틀바위로 가는
입구가 나타난다.
베틀바위까지는 1.5km.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가벼운 산행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한 시간이 채 안되어서 10시25분에 베틀바위에 도착.
마지막 오르는 계단이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눈앞에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새로 놓은 전망 데크 위로
절경을 배경삼아 한 컷 담으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다
경치 좋은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하긴, 한 시간 정도의 걸음으로 이런 절경을 볼 수 있다는 건 흔치않은 일이고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여튼, 땀도 식힐겸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하느라 시간을 좀 지체하고 미륵바위로 향한다

베틀바위 전망대에서 다시 나와 바로 이어지는 다소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를 오르면 커다란 안내판과 함께, 미륵불을
닮았다는 바위를 만나게 된다.

미륵바위도 그렇지만 바위 뒤로 돌아가서 보면 또 훌륭한 전망을 볼 수 있는데
놓치기 아까운 속이 시원한 정경이다.

초록의 짙은 숲위로 펼쳐진 파란 하늘과 수놓듯 떠있는 흰 뭉게구름... 그 자체가 그냥 한 폭의 그림이다.

이제부터는 곧장 정상을 향해 가야하는 길.
미륵바위에서의 방향은 마천루 쪽으로 잡아서 가야 정상으로 갈 수 있다.

두타산 정상까지는 4km.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난이도는 최상급.


미륵바위에서 마천루와 두타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까지는
줄곧 내려오는 내리막이다.
곳곳에 등산로 처럼 보이는 샛길이 있지만 잘못들면 엄청난 댓가를 치러야 하기에
이정표를 수시로 확인해야한다.
거의 500m거리를 신나게 내려왔다.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이정표를 만난다.

정상으로 가기위해서는 절대 놓쳐선 안되는 이정표이다.


이정표에서 두타산 방향으로 내려서면 작은 계곡을 건너게 되고 본격적인 두타산의
장엄함과 태백준령의 험준함이 시작된다.

베틀바위에서 곧장 내려오다 갈림길에서 이정표 따라 내려오면 계곡을 건너가게 된다.

계곡 아래의 오래된 이정표 따라 정상으로 GoGo

대궐터를 경유하는 코스는 거리도 멀고 난이도도 높아 정상으로 직진.
여기서부터는 잘 정비된 등산로가 아니기에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을 잘 보고
길을 잡아야 헤매지 않는다.
1시간 반을 힘겹게 오르니 대궐터 방면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는 삼거리다.

여기 이정표는 오래된 탓인지 거리 표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남은 거리는 알 수 없고 힘은 들어도 적어도 길은 정확히 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ㅎ

다시 발걸음을 옮겨 힘내어 걷다보니 명품 소나무 군락이 응원하듯 팔을 벌리고 서있다.
누구라도 그냥 지나쳐갈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
사진으로 담기엔 역부족이다. 그 간의 산행길의 노고가 싹 사라져버린 느낌..?


극심한 된비얄이 어느 정도 끝나고 능선길이 간간히 이어지는 구간.
고개돌려 우측으로 보면 신선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풍경들이 곳곳에 펼쳐있다.

30여분을 더 걸었을까..?
깔끔하게 정비된 목책길과 시끌벅적한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상부의 분위기가 물씬. ㅎㅎ



오후 2시 30분 즈음해서 정상부에 다다른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 또한 절경이다.
구름을 머금은 산 굽이굽이 따라 펼쳐진 감흥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얼마를 머물렀을까...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느끼고 다시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협곡 마천루를 돌아서 계곡을 통해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것이 오늘의
최종 마무리~

그런데 하산하기 얼마되지 않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지나가는 비이겠거니 싶었지만...그게 아니다. ㅠㅠ
따가울만큼 굵은 빗방울이 갈수록 심해지고 길은 점점 미끄러워진다.

올라올 때 수도 없이 쉬었던 길을 논스톱으로 한 번의 휴식도 없이
나는듯이 내달렸더니 어느새 베틀바위에서 내려오던 갈림길이다.
그 쏟아지던 빗줄기도 어느새 맑은 햇살로 바뀌어 있었다.
지체없이 마천루를 향해 걸음을 옮겨 내리막 길을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성12폭포 상단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밑은 끝도 안보이는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지만 경치 하나는 이 세상이
아닌듯하다.


등뒤에 펼쳐진 산성12폭포에서는 방금 내린 소나기로 엄청난 양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멋지다. 몸은 젖었지만, 소나기 뒤로 쏟아지는 폭포수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게
살면서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어지간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또 마지막으로 감동시켜줄 두타산 협곡 마천루의 비경을 기대하며 젖은 몸을
일으켜 다시 행진.
방향은 수도골/석간수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가게 된다.
마천루 코스가 개방된지 겨우 10일 남짓이라 길도 거칠고 이정표나 안내 표시도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다.

마천루로 가는 길은 협소하고 거칠어 원시림을 방불케한다

커다란 바위 아래서 수도승들이 도를 닦았다는 수도골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마천루 전망대.
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는 풍경을 내려다 보는 순간, 무의식 중으로 나오는
깊은 감탄사와 함께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끼게된다.
말로도 표현이 안되고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그 엄청난 규모의 대협곡이란,
천하의 비경이요 선경이다. 이 세상이 아닌 것이 틀림이 없다!

살짝 엷은 구름띠를 이마에 걸치고 있는 산자락과 그 아래로 펼쳐진 바위와 녹음의
신비로운 조화. 그리고 그 아래로는 평소에도 아름답기로 이름난 무릉계곡이 아니던가!
아마도 평생을 간직하고 잊지못할 또 하나의 순간이 되리라.


주차장 들머리에서부터 장장 8시간.
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길의 그 모든 힘든 기억들을 모두 품고도 남을 한 순간이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눈앞에 펼쳐진 선경에 취해 정신없이 서있다가 더이상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계곡 하산길에 내려선다.
길게 유유자적하는 무릉계곡의 힘찬 물소리와 그 오묘한 물줄기를 벗삼아
산행 출발지였던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와 꿈같은 산행을 마무리한다.



올 가을엔 아마도 마천루의 절경을 감상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겠지.
어쩌면 아직은 알려지지않은 이른 시기에 조금 일찍 금강바윗길 대협곡의
마천루를 볼 수 있었음을 두고두고 감사해야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오색으로 물든 단풍에 어우러진 모습을 아쉬움 속에 상상해보며 시원한
하산주 한 사발에 지친 몸을 누이며 잠을 청한다.

생각하면할수록 금수강산이고 소중한 우리네 삶의 터전이다.
소중히 가꾸어가야할 아름다운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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