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바래봉. 2021년을 보내며 상고대를 만나다.

나무 향기 2022. 1. 15. 16:20
728x90

봄 철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

막상 철쭉을 보러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바래봉이었지만 겨울 하얀 #상고대를 보러

가고자했던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어찌됐건 불현듯 겨울 바람이 불기시작하면서

바래봉의 상고대가 눈에 어른 거렸다.

12월 29일. 2021년의 마지막을 몇일 남겨두지 않은 날 아침 9시 반쯤에 도착한 #허브밸리 주차장.

평일이기도 하고, 코로나 여파이기도 하였겠지만 그 넓은 무료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푸른 하늘과 겨울 날씨 치곤 살짝 포근한 편이라 상고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날씨.

그래도 기왕 왔으니 바래봉 정상은 한 번 보고 가야하겠기에 열심이 두 발을 놀려 오랜만에 산길을 오른다.

애초에 이번 바래봉은 산행 보다는 상고대를 담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에 코스는 비교적 짧은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허브밸리 주차장의 임도를 지나 본격 산행길의 들머리 초입은 작은 자갈길...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탁트인 모습으로 시원하게 들어온다.

 

한동안 계속된 자갈길을 지나 쇠파이프로 만든 터널을 지나 삼거리에 다다르면 오른쪽 윗길로 방향을 잡는다.

용도가 궁금한 인공터널...봄에 덩굴식물이나 꽃으로 장식할 의도로 예상되지만 약간 생뚱맞다. 굳이...?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흙길 보다 산책로처럼 포장해놓은 구간이 많았는데 보기에도 그렇고 걷기에도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아마도 봄철 상춘객들의 무자비한 발길로부터 바래봉 산길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렇게 돌로 포장해놓은 구간들이 흙길과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바래봉으로 오르는 길은 평지나 오르내림을 반복하지 않고 초입부터 줄기차게 계속 오르막 구간이

이어지는데, 그 경사가 제법 심한 구간도 드물지 않다 보니 가끔 일어나는 불상사를 대비해서 군데군데

쉼터들이 설치되어 있다. 가끔씩 쉬어가는 것도 좋을듯 하다.

산행중 사고는 스스로가 알아서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차장에서 바래봉까지 거의 3분의 2를 올라온 지점.

산머리를 보니 하얗게 구름을 이고 앉은 바래봉 정상이 보이고 그 밑에 온통 하얗게 수놓아진 나무들.

구름 덮인 바래봉 정상부에서는 하얗게 상고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상고대를 보니 처져만 가던 발걸음에 다시 속도가 붙는다.

역시 #지리산이지 않는가..!

한 고개를 돌아드니 군데군데 녹지않은 눈뭉치도 보인다

 

 

산을 오른지 거의 1시간이 지난 시각.

길옆에 간간이 쌓인 눈을 지나 바래봉 정상으로 힘내어 오르니 어느새 황톳빛 흙길은 하얀 백색의

얼음길로 바뀌기 시작한다.

동화 "이상한나라의 엘리스"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순백의 겨울 왕국으로 들어가는 마법같은 길

 

하얀 캔버스에 그려놓은 그림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취해본다.

하얀 붓끝으로 그려놓은 나뭇가지들. 파란 하늘 배경이 살짝 아쉽다.

 

정상은 희뿌연 안개(구름?)속에 가려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주변의 산객은 없고

혼자만 덩그러니 서 있으니 구름속 신선이 된 기분이랄까....? ㅎㅎ

바래봉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 계단
 

 

바래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역시 데크로 놓여져있었다.

이 역시 사람들의 발길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리라.

최근 등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그 엄청난 발길에 무너지고 상하며 몸살을 앓는 산들이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 산객들 중의 한 명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고....그럴수록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각자가

더욱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온연히 우리 후손들이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보전해야할 일이다.

11시 15분. 주차장에서 출발한 지 거의 1시간 반. 바래봉 정상이다.

정상석은 의외로 아담한 사이즈로 앉아있다. 휴일이면 인증샷 찍는 대기줄로 제법 번잡하겠지​

 

정상에서 뒤돌아보니 구름속에 쌓인 계곡의 모습이 마치 꿈속인듯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람들마저 없으니 정말이지 고요함 속에 꿈을 꾸고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기도 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데크와 구름속에 가려진 계곡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쌓인 하얀 순백의 상고대를 기대하였으나, 구름속의 모습도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워

그에 못지않게 충분히 감탄을 자아낼만 하였다.

상고대가 하얗게 앉은 나무 앞으로 짙은 청록의 나무들이 앉은 모습이 괜찮은 대비를 보인다

 

작고 가는 나뭇가지에 붙은 상고대. 아기들 고사리 손같아 보는 내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않을 수 없다

 

바래봉에서의 첫 상고대와의 만남.

오르는 내내 별다른 이벤트나 풍광은 없었으나 정상부에서의 짧은 구간 마주했던 혼자만의 꿈속같던

새하얀 세상은,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내가 꿈꾸었던 그런 시간, 그런 세상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호젓한 바래봉 그 길지않은 오솔길을 한 달음에 내려왔다. 그래도 3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산행길.

산 밑 주차장에서는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남원벌판이 기다린듯 반기고 있었다.

반응형

'다녀온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작산 진달래와 일출  (0) 2022.04.12
겨울 자작나무 숲에서  (2) 2022.02.19
철원 가을 여행  (0) 2021.10.10
감악산에서 임꺽정을 만나다  (0) 2021.07.28
두타산 그 비경의 품에 안기다...  (0) 202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