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백패킹 3

승봉도를 찾아서 1박 2일 - 2

텐트 앞으로 펼쳐진 멋진 노을과 함께 보낸 낭만적인 밤의 여운을 그대로 간칙한 채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섬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무척이나 색다르다. 기계적인 알람 소리 대신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주파수의 시원한 파도 소리와 번잡스럽지 않은 경쾌한 새소리에 정신을 드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이요 행복이다. 더불어 처음 눈을 떠 맞이하는 풍경이 꽉 막힌 콘크리트 벽이 아닌 망망대해를 마주한 푸른 바다라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새벽 내내 물이 빠지고 훤히 드러난 해수욕장 앞 바닷가엔 아침 일찍부터 해루질에 몰려든 사람들로 분주하다. 인근 민박집에 묵었던 관광객들이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아이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아침의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아침이 있는 곳. ..

다녀온 길 2023.11.12

가고싶은 섬 굴업도-2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서쪽 바다 너머로 사라지는 섬의 태양을 바라보며, 벼랑끝 홀로 선 나뭇가지에 마음을 기대어 하루에게 이별을 고한다. 섬의 하루는 마지막까지 하나가 하나를 보낸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중략) 어느 가을 저녁. 시인 윤동주가 노래했던 하늘과 별을 향한 서사의 첫 구절. 바다 한 가운데의 외딴 섬의 봄 하늘 아래서, 아름답도록 애절했던 그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중략... 차마 부르지 못했던 그 이름들과 지나간 시간 속의 기억들. 시인 윤동주가 노래했던 그 하늘 과 그 별은 분명 지금의 그것들이 아닐진데, 지금 그 구절들이 생각나는 것은 무..

다녀온 길 2023.04.22

가고싶은 섬 굴업도-1

그 섬에 가고 싶다... 굴업도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백패킹 좀 한다는 사람들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주말이면 들어가는 배 표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섬 마을에 모여드는데, 아직은 바다가 조용한 봄 날, 직장인으로서는 소중한 휴가를 주말 앞에다 두고 우여곡절 끝에 굴업도를 위한 배낭을 꾸렸다. 애초에 같이 가기로 한 일행들은 개인 사정으로 빠지고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나 홀로 길을 나선다. 3월의 마지막날, 덕적도 행 첫 배를 타기 위해 금요일 새벽 일찍 서둘러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니 부두의 아침은 벌써 분주하게 깨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까운 식당에 들러 아침 해장국으로 배를 채운다.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는 직항편이 없기에 덕적도 진리항으로 가서 다시 굴업도행 배를 갈아..

다녀온 길 202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