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승봉도를 찾아서 1박 2일 - 2

나무 향기 2023. 11. 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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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앞으로 펼쳐진 멋진 노을과 함께 보낸 낭만적인 밤의 여운을 그대로 간칙한 채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섬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무척이나 색다르다.

기계적인 알람 소리 대신 멀리서 들려오는 낮은 주파수의 시원한 파도 소리와 번잡스럽지 않은 경쾌한 새소리에 정신을 드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이요 행복이다.

더불어 처음 눈을 떠 맞이하는 풍경이 꽉 막힌 콘크리트 벽이 아닌 망망대해를 마주한 푸른 바다라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새벽 내내 물이 빠지고 훤히 드러난 해수욕장 앞 바닷가엔 아침 일찍부터 해루질에 몰려든 사람들로 분주하다.

인근 민박집에 묵었던 관광객들이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아이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아침의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 아침이 있는 곳. 섬은 그런 곳이다.

해루질 하는 아침 풍경

 

텐트 앞 작은 테이블 위로 모닝 커피를 위한 물을 끓인다.

신선한 자연의 품에서 마시는 모닝 커피 한 잔이란...

 

 

많지 않는 채비를 마치고 이제 섬의 나머지 부분을 돌아볼 차례.

어제는 섬의 해안가를 바다와 접하며 둘러보았다면 오늘은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섬 전체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섬의 조망 포인트는 두 군데인데 그 하나가 섬 중앙의 당산(93m)이고 또 하나는 섬의 가장 끝 부분에 위치한 신황정이라는 정자가 나머지 한 곳이다.

승봉도는 마음 먹고 걸으면 3~4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섬이다.

 

 

어제 산책로 위에서 보았던 산림욕장 입구까지는 깨비마트 앞 도로를 따라 내리막으로 걸어가고 이후로는 숲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줄곧 오르막을 걷게 된다.

이일례 해변 윗쪽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산림욕장을 통해 오르면 섬의 공식 정상부인 당산을 오르게 되는데 중간 지점에는 체육 시설도 갖춰져 있어 간단히 아침 운동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섬 주민들의 세심하고 부지런함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승봉도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이유가 쉽게 느껴진다.

 

체육공원을 조금 지나면 봉우리의 이름이 되어버린 당산의 유래가 적힌 푯말과 이야기의 주인공인 키 큰 소나무가 멋드러지게 자리잡고 있다.

 

 

당산을 오르는 길은 육지의 산에 못지 않게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루어져 있는데 이 정도라면 한여름이라도 더위를 못느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정상까지는 산림욕장 입구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이기에 부담이 없다.

정상 표지 치고는 다소 소박한 표지판이다.

 

 

당산 정상부는 주변의 키 큰 나무로 인하여 조망은 거의 없는 곳이다. 진정한 조망 포인트는 섬의 끝자리 목섬인근의 신황정이 될 것이다.

신황정은 당산 정상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산길을 통해서 갈 수도 있지만 경사가 급하고 길이 거칠어 초심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바닥의 덩쿨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길이다.

 

 

만일 이 길로 간다면 반드시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거칠고 급한 길을 10분정도 걸어 내려 오면 섬 순환 도로와 마주치게 되는데 어제 걸었던 부두치 해변 삼거리로 이어지는 그 도로이다.

당산 정상에서 다시 산림욕장 입구로 내려와서 편하게 도로를 따라 걸어오는 것이 훨씬 수월한 길이다.

 

 

부두치 해변 삼거리에서 해변산책로 쪽으로 가면 화장실 건물 뒷편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있는데 그 길이 신황정으로 오르는 입구이다.

 

 

신황정까지의 길은 외길이다. 길을 잃을 일이 전혀 없는 편한 길이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면 신황정 바로 밑 포토존이 있는데 솟대들이 많다.

눈부신 아침 바다 위로 펼쳐진 가을 정취에 취해 있는데 왠지 모를 애잔함이 밀려드는데 알 수가 없다.

 

 

한 장의 흑백 사진 처럼 짙은 여운이 남아 빈 나무 의자에 한참을 멍하니 앉았다.

솟대가 전하는 정서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대로 가슴속에 새겨들었다.

 

방향을 틀어 신황정으로 올라서면 끝없이 펼쳐진 서해 바다의 고요한 아침을 온몸으로 마주하게 되는데 그 감흥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벅차다.

어딜 보아도 막힌 곳 없고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는 바다이다.

 

 

신황정 전망대에서 본 서해

 

신황정의 그림같은 아침을 뒤로한 채 부두치 해안으로 길을 잡는다.

 

 

데크길을 따라 걸어보는 해변 산책로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다.

부두치 해변을 따라 설치된 데크 산책로
부두치 전망대에서 바라본 목섬. 우측으로 해변 데크길이 보인다.

 

부두치 해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승봉도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한다.

첫째날과 둘째날

승봉도를 둘러보았던 첫째날(좌)과 둘째날(우)의 기록.

 

다시 돌아온 텐트 입구에 앉아 모자와 카메라를 벗어놓고 숨을 돌리며 1박 2일의 소중했던 기억들을 되돌아 본다.

 

 

이제 또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보석같은 아침 바다를 아낌없이 내어주던 섬.

 

 

여유있게 도착한 선착장엔 배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어느새 늘어서 있었고.

 

 

선착장 앞 가게에선 어느 여행객들이 먹고 일어선 빈 자리가 섬에서의 낯선 기억을 간직한 채 따사로운 햇볕아래 여운을 건넨다.

 

이번 여행에도 같이 해준 다리 긴 털털한 영원한 친구. 언제나 함께해서 행복하다. 

수고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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