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깊은 산중에 반딧불이의 군무를 보며 꿀같은 휴식을 보낸 후 9구간을
걷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숙소 사장님이 차로 직접 덕산 시장까지 태워다 주셨기에 매우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9구간은 전날 걸었던 7구간에 비하면 거리도 짧은 데에다 급경사도 없어
비교적 쉬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덕산마을은 남명 조식 선생의 유흔이 많은 곳이다.
선생의 기념관을 비롯해서 제자들이 지은 덕천 서원까지 여러 곳에서 선생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덕산마을을 감싸고 도는 덕천강은 조식 선생의 유명한 시조에 등장하는
양단수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무릉도원에 까지 비교가 되었으니 그 유려한 풍경이야 나무랄 데가 없다.
유난히 작은 집들과 들꽃들이 눈에 띄는 길이다.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가 어느새 길가에 자리잡았다.
너무 힘든 7구간을 걸었던 탓일까....
이어지는 모든 길들이 산책로이고 휴식처 처럼 느껴진다.
중태재를 넘어서면 위태마을로 가는 대나무길이 제법 운치있게 이어진다.
산중에서 정말 보기 드문 대숲길이다.
길게 이어진 대나무 숲길을 내려오면 어느새 마지막 종착점인 위태 마을에 다다르게 되는데,
좁은 산길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탁 트인 들판에 초록 물결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황홀경이다.
아름다운 길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힘들어서 어쩌면 더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다.
아름다움은 누릴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 누구도 아무런 댓가 없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 주지는 않기에, 그만한 자격을 스스로
갖춘 자만이 비로소 가질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닐까.
민박집 사장님의 친절함과 이런저런 채 옮기지 못한 많은 조언과 얘기들...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는 얘기가 더욱 깊게 와닿는다.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던 7구간과 나름 평이했던 9구간의 1박2일 일정은
몸과 마음이 함께 성숙해지고 충실해지는 시간이었다.
길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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