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지리산 둘레길 9구간(덕산~위태)

나무 향기 2019. 12. 29. 21:05
728x90

2017년 9월

 

깊은 산중에 반딧불이의 군무를 보며 꿀같은 휴식을 보낸 후 9구간을

걷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숙소 사장님이 차로 직접 덕산 시장까지 태워다 주셨기에 매우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9구간은 전날 걸었던 7구간에 비하면 거리도 짧은 데에다 급경사도 없어

비교적 쉬운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덕산-위태

덕산 - 위태 9.7km 약 4시간 덕산 - 위태 : 중 위태 - 덕산 : 중 구간별 경유지 덕산 - 천평교(0.4km) - 중태안내소(3.1km) - 유점마을(3.1km) - 중태재((1.3km) - 위태(상촌)(1.8km) 덕산-위태구간은 낙동강수계인 덕천강도 만나고 두방산의 경치도 감상하면서 걷는 9.7km의 지리산둘레길이다. 이 구간에서는 남명조식선생의 유적도 둘러보고

jirisantrail.kr

둘레길 9구간을 시작하는 덕산면 지점이다. 오래된 표지목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저 다리를 건너면 된다.

 

고등학교 앞을 지난다. 휴일인데도 등교하는 학생의 뒷모습이 대견스럽다.
학교앞 작은 카페에서 모닝커피의 여유도 누려본다. 둘레길 탐방에서 이런 호사가...^^

덕산마을은 남명 조식 선생의 유흔이 많은 곳이다.

선생의 기념관을 비롯해서 제자들이 지은 덕천 서원까지 여러 곳에서 선생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남명 선생의 유명한 시조의 한 구절이 둘레길 표지목에 새겨져 있다. 지리산의 엣 이름이 두류산이었다.

 

덕산마을을 감싸고 도는 덕천강은 조식 선생의 유명한 시조에 등장하는

양단수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무릉도원에 까지 비교가 되었으니 그 유려한 풍경이야 나무랄 데가 없다.

덕천강은 강폭이 넓고 유속이 느려 유유자적함이 넘치듯 풍겨 나온다.

 

백로들도 아름다움을 아는지 한무리가 강에서 노닐고 있다. 동양화 속에서 보던 풍경이 실제로 눈앞에 그려져 있다.

 

경치가 아름답고 둘레길 여행객들이 많으니 이런저런 숙소들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특이한 이름이 눈에 띈다.

 

중태마을의 둘레길 안내소. 지리산 둘레길 각 구간별 브러치를 구입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7구간 브러치를 구입.

 

유난히 작은 집들과 들꽃들이 눈에 띄는 길이다.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가 어느새 길가에 자리잡았다.

 

너무 힘든 7구간을 걸었던 탓일까....

이어지는 모든 길들이 산책로이고 휴식처 처럼 느껴진다.

터널처럼 덮여진 나무 그늘 사이로 지나갈 때면 마치 시원한 얼음동굴을 지나는 듯한 느낌이다. 소.확.행.

 

중태재를 넘는다. 오늘 구간중 가장 높고 힘든 지점이지만 매우 가뿐하다.

 

중태재를 넘어서면 위태마을로 가는 대나무길이 제법 운치있게 이어진다.

산중에서 정말 보기 드문 대숲길이다.

바닥에 쌓인 댓잎이 마치 방석처럼 푹신한 느낌이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다.

길게 이어진 대나무 숲길을 내려오면 어느새 마지막 종착점인 위태 마을에 다다르게 되는데,

좁은 산길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탁 트인 들판에 초록 물결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황홀경이다.

이런 목가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산객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보석실 처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아름다운 길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힘들어서 어쩌면 더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다.

아름다움은 누릴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 누구도 아무런 댓가 없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 주지는 않기에, 그만한 자격을 스스로

갖춘 자만이 비로소 가질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닐까.

 

민박집 사장님의 친절함과 이런저런 채 옮기지 못한 많은 조언과 얘기들...

여행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는 얘기가 더욱 깊게 와닿는다.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던 7구간과 나름 평이했던 9구간의 1박2일 일정은

몸과 마음이 함께 성숙해지고 충실해지는 시간이었다.

길을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