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지리산 둘레길 10구간(위태~하동호)

나무 향기 2020. 2.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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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절반 정도 남은 지리산 둘레길 구간..

부서 이동 등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한참을 제쳐 두고 있었다.

출발점이 부산이 아니라 서울이 되어 버린 2018년의 생활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5월의 푸른 기운을 입어 다시 길을 나선다.

위태마을에서 하동호로 이어지는 열번째 구간이다.

 

위태-하동호

위태 - 하동호 11.5km 약 5시간 위태 - 하동호 : 상 하동호 - 위태 : 상 구간별 경유지 위태(상촌) – 지네재(1.9km) – 오율마을(0.6km) – 궁항마을(2.2km) – 양이터재(2.2km) – 나본마을(2.6km) – 하동호(2km) 경상남도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와 하동군 청암면 중이리 하동호를 잇는 11.5km의 지리산둘레길. 위태-하동호구간은 낙동강

jirisantrail.kr

거리가 멀어지니 가는 길도 번거롭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엔 차편도 여유가 있었지만, 수도권에서 내려가기엔

멀어진 만큼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용인신갈에서 진주로 가는 고속버스...07시20분.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앞뒤로 둔 연휴. 고속도로의 엄청난 정체로

11시 40분에서야 진주에 도착.  30분 이상 지체다.

진주 고속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택시로 다시 이동.

12시 40분 옥종행 버스 티켓을 끊고 12시경 급하게 국밥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운다.
옥종행 시외버스는 고속도로의 정체를 피해 국도로 노선을 잡아 13시51분에

옥종터미널에 도착하지만 오늘 둘레길의 시작점인 위태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하는 수 없이 택시로 이동하기로 한다.
그나마 미터요금으로 계산을 하니 다행스럽고 고맙기도 하다. ㅎㅎ
결국, 둘레길 탐방은 14시 05분에 시작.

둘레길 10구간이 시작되는 위태마을의 큰 길. 저기 전봇대 뒤로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 큰 길을 벗어나 마을속으로 걸어드니 오래된 정자 나무 앞에 재밌게 생긴 남근석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마을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는 오솔길에서 역시나 둘레길의 귀염둥이 표지목을

만난다.  볼 때 마다 친근하고 감사한 표지목이다. 둘레길을 처음 조성하고 기획하면서

탄생한 아이템들 중 가장 멋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입은 살짝 경사가 있어 다리에 힘을 주어 올라본다. 5월의 푸른 숲과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라서 그리 힘들지는 않은 길이다.

길가에 곱게 핀 수없이 많은 들꽃들...아무리 보고 외어도 모르는 꽃이

태반이다. 산중에서 마주치는 꽃들 대부분이 우리 땅 우리 꽃이겠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내가 때로 미안하기도 하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외국의 관상용 꽃들도 이쁘지만 오롯이 한가지

색으로만 새초롬 피어 있는 우리 토종 들꽃의 매력은, 때묻지 않은 순박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구차하지 않고 꾸밈없이 민낯 그대로의....

가다가 힘이 들거나 땀을 식힐 때 가만히 눈길을 아래로 내리면 5월의 숲길은 온통 들꽃 잔치다.

위태~하동호 구간은 잘 정리된 숲 오솔길이 여러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여

지루하지 않고 그리 길이 험하지도 않아 혼자 생각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나무 그늘 사이로 쏟아지는 오후 햇살이 너무 따사롭고 포근하다. 겹겹이 쌓인 낙엽들의 촉감마저 길을 걷는 피로를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길은 걷는 이에게는 휴식이요 행복이요 힐링의 공간이지만 정작 그 길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일상일뿐이다.

아니 어쩌면 그 길꾼들의 발걸음이 오히려 더없이 귀찮고 번거로운 존재일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이들이 좋아서 걷는 둘레길은 알고보면 다른 이들의 일상의 평화로움을 깨뜨리는 경우일 때가 많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둘레길을 보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손도손 모여 앉은 산마을의 집들이 지나가는 길손들에게는 정겹고 평화로와

보이지만 거칠게 난 길을 따라 들다 보면, 반복되는 그들만의 힘든 일상들이 깊게

배어 있음을 알게 된다.

멀리서 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누군가에겐 정감어린 풍경이지만 그 속의 누군가에곈 쉽지 않은 일상들이다.

 

정겨운 모습에, 행여나 불편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러 본다.
마을 집앞에 서있는 재밌는 장승과 둘레길의 지킴이 표지목...왠지 다른듯 닮아있다.

 

5월의 숲길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한참을 걷다 마지막 내리막을 내려오면 갑자기 눈 앞이 탁 트이는

경관을 맞이하게 된다. 10구간이 끝나는 하동호다

호수를 배경으로 넓은 들에 홀로 앉아 있는 집 한 재.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로맨틱한 정경이다.
하동호 주변에는 군데군데 휴식 공간이 잘 마련되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을 것 같다.

 

역시 5월은 이팝나무가 절정이다. 너무나 좋아하는 이팝나무가 하루의 피로를 씻은듯 달래준다.

숙소에 도착하니 18시 10분이다. 4시간을 정신없이 걸었나?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저녁상을 밥풀 하나 남김 없이 비우며 허기를

채우고 잠쉬 쉬려니 때마침 이 집 사위가 창원에서 갑오징어를

직접 장만해 왔다고 굳이 안주 삼아 같이 하자며 주인 아저씨가 초대한다.

못 이기는 척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가족 같은 시간으로 저녁을 보냈다.

시골 민박의 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민박집. 저녁이나 아침 식사까지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수월하다.

당초 계획은 10구간에 이어 다음날 11구간 삼화실까지 이어서 다녀오는 것이었지만,

다음날 새벽부터 봄비가 심하게 내린다.

11구간은 다음을 기약하고 아침 식사 후 집으로 향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여유를 함께 했던 지리산 둘레길 열번째 구간이었다.

이른 아침 비까지 내려 횡천역은 한적한 모습이다.

※ 민박집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이동에 무척 편하다. 횡천역까지 버스로 이동.

   횡천역에서 진주까지 열차로 이동 후 진주에서 시외버스편으로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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