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절반 정도 남은 지리산 둘레길 구간..
부서 이동 등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한참을 제쳐 두고 있었다.
출발점이 부산이 아니라 서울이 되어 버린 2018년의 생활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5월의 푸른 기운을 입어 다시 길을 나선다.
위태마을에서 하동호로 이어지는 열번째 구간이다.
거리가 멀어지니 가는 길도 번거롭다.
부산에서 출발할 때엔 차편도 여유가 있었지만, 수도권에서 내려가기엔
멀어진 만큼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용인신갈에서 진주로 가는 고속버스...07시20분.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앞뒤로 둔 연휴. 고속도로의 엄청난 정체로
11시 40분에서야 진주에 도착. 30분 이상 지체다.
진주 고속터미널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택시로 다시 이동.
12시 40분 옥종행 버스 티켓을 끊고 12시경 급하게 국밥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운다.
옥종행 시외버스는 고속도로의 정체를 피해 국도로 노선을 잡아 13시51분에
옥종터미널에 도착하지만 오늘 둘레길의 시작점인 위태로 가는 마지막 버스는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하는 수 없이 택시로 이동하기로 한다.
그나마 미터요금으로 계산을 하니 다행스럽고 고맙기도 하다. ㅎㅎ
결국, 둘레길 탐방은 14시 05분에 시작.
마을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는 오솔길에서 역시나 둘레길의 귀염둥이 표지목을
만난다. 볼 때 마다 친근하고 감사한 표지목이다. 둘레길을 처음 조성하고 기획하면서
탄생한 아이템들 중 가장 멋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길가에 곱게 핀 수없이 많은 들꽃들...아무리 보고 외어도 모르는 꽃이
태반이다. 산중에서 마주치는 꽃들 대부분이 우리 땅 우리 꽃이겠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내가 때로 미안하기도 하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외국의 관상용 꽃들도 이쁘지만 오롯이 한가지
색으로만 새초롬 피어 있는 우리 토종 들꽃의 매력은, 때묻지 않은 순박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구차하지 않고 꾸밈없이 민낯 그대로의....
위태~하동호 구간은 잘 정리된 숲 오솔길이 여러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여
지루하지 않고 그리 길이 험하지도 않아 혼자 생각하며 걷기에 좋은 길이다.
길은 걷는 이에게는 휴식이요 행복이요 힐링의 공간이지만 정작 그 길 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일상일뿐이다.
아니 어쩌면 그 길꾼들의 발걸음이 오히려 더없이 귀찮고 번거로운 존재일지도
모를 일이다.
오손도손 모여 앉은 산마을의 집들이 지나가는 길손들에게는 정겹고 평화로와
보이지만 거칠게 난 길을 따라 들다 보면, 반복되는 그들만의 힘든 일상들이 깊게
배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한참을 걷다 마지막 내리막을 내려오면 갑자기 눈 앞이 탁 트이는
경관을 맞이하게 된다. 10구간이 끝나는 하동호다
숙소에 도착하니 18시 10분이다. 4시간을 정신없이 걸었나?
민박집에서 차려주는 저녁상을 밥풀 하나 남김 없이 비우며 허기를
채우고 잠쉬 쉬려니 때마침 이 집 사위가 창원에서 갑오징어를
직접 장만해 왔다고 굳이 안주 삼아 같이 하자며 주인 아저씨가 초대한다.
못 이기는 척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가족 같은 시간으로 저녁을 보냈다.
당초 계획은 10구간에 이어 다음날 11구간 삼화실까지 이어서 다녀오는 것이었지만,
다음날 새벽부터 봄비가 심하게 내린다.
11구간은 다음을 기약하고 아침 식사 후 집으로 향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여유를 함께 했던 지리산 둘레길 열번째 구간이었다.
※ 민박집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이동에 무척 편하다. 횡천역까지 버스로 이동.
횡천역에서 진주까지 열차로 이동 후 진주에서 시외버스편으로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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