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지리산 둘레길은 전체 20개 본선 구간 외에 2개 구간이
지선으로 함께 이루어져 있다.
본서 구간이 아니라 굳이 지선으로 불리우는 데에는,
아마도 지리산 자락을 한 바퀴 두르는 순환길에서 벗어나
따로 가지처럼 옆으로 삐져나와 있는 때문일 것이지만,
어찌 됐건 그 덕에 둘레꾼들의 발길이 그 만큼 닿지 않는 것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지선 중 하나인 서당마을에서 하동읍까지의 코스가 12코스
삼화실~대축 구간에서 비롯되어 있기에 11구간에 이어
하동읍까지의 지선을 이어서 걸어 보기로 한다.
지난 달, 위태에서 하동호로 넘어올 때 묵었던 민박집에서 하루 전
미리 숙박을 하고 어머니 손길 같은 주인집 아주머니의 정성어린
아침 상을 받고 기운 든든하게 길을 나선다.
해가 막 동쪽 산등성을 타고 긴 그림자를 이끌고 힘차게 고개를 내민다.
이른 아침 해살이 키 큰 나무 사이 정자 위로 기분 좋게 내려 온다.
이런 햇살 속에서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거부할 수 없는 행복이다.
평촌마을은 하동호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인 횡천강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둘레길도 이 강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면 소재지를 통과하는데 보통 여기서 둘레길 탐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해갈 수 있다.
횡천강을 건너며 만나게 되는 돌다리도 그 운치가 깊어, 짧은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도 한참을 다리 위에서 발길을 머물게 한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아침 햇살과 동글동글 옹기종기 모여있는 돌다리...
그냥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화가 된다.
돌다리를 건너 관점마을에서 존티재까지는 농촌 들녘의 분주함을
느끼며 걷게 되는 평지 구간이다.
관점마을에서 존티재를 향하는 길은 아스팔트 구간이다.
나무그늘과 이런 저런 주변 볼거리도 없이 오르막으로 이루어진
딱딱한 도로가 제법 길게 늘어져 있다.
차량 통행도 주의해야할 구간이다.
존티재를 넘어 동촌마을로 가는 길은 외길 고갯길이라
길이 어렵지는 않으나, 간혹 길처럼 생긴 길 아닌 곳들이 있기도 하다.
대개 사유지이거나 둘레길 아닌, 산길로 한참 가다가 끊기는 것이
대부분인데, 둘레길 산길 구간에서는 길 아닌 곳으로 가게 되면
위험할뿐 아니라 그 심리적 허탈감으로 인해서, 몰려오는 피로감이
몇곱절 더 크게 느껴지기에 아름다운 길에 취해 걷다가도 매우
주의해서 노란 표지판을 살펴야 한다.
존티재는 매우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진 산길이므로
물과 간식은 미리 준비해서 들어가야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둘레길이 활성화 되면서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들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제법 생겼다.
왠만한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대부분 그 마을의 유래와 지명에 대한
역사들을 정리해 놓은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방문하는 둘레꾼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에게도 역시 모르고 지내왔던
마을의 이모저모를 알게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그만큼 애향심도
깊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시와 시골마을의 교류를 통한 상생의 문화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둘레길은...단지 일부 여행 가객들의 유희가 아니라 도시와 시골의 상생의
문화인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삼화실에서 곧장 대축으로 향하지 않고 지선을 타기로 하고
서당마을에서 하동읍으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한다.
삼화실에서 계속 둘레길 표지판을 따라 걷다보면
도로옆으로 그 유명한 갤러리 주막을 만나게 된다.
길가 상점을 리모델링한 듯 보이며 가벼운 간식거리와
음료수 막걸리 등을 자율 계산 방식으로 구할 수 있으며
내부에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지나가는 둘레꾼들과 함께 담소도 나눌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야말로 나그네들을 위한 쉼터라고나 할까..
서당마을에는 오래된 마을이 형성되기 전인 약 300년 넘은 이팝나무가
오래전부터 이곳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날에는 이 나무 가지를 꺾으면 즉시 피해를 보았다는 영목(靈木)으로,
각 고을 사람들이 봄에 이곳에 와서 나무의 자람을 보고 한해의 기상과
농사일을 예측하였다고 한다.
본선에서 지선으로 갈아타게 되면 둘레길 표지판이 바뀌게 된다.
서당마을에서 하동읍까지의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하면
그리 힘들지 않은 평이한 구간이므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너뱅이들의 풍요로움도 감사하고, 가벼운 숲길의 그늘도
시원하게 누리면서 어쩌면 둘레꾼들만 가질 수 있는 호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하동읍에 이르러 읍내에 있는 센터에서 끝내지 않고
조금 더 발길을 들여 섬진강의 넓은 여유까지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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