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지리산 둘레길 19구간(난동~산동)

나무 향기 2020. 6.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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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마지막, 길을 나선다.

이제 나서는 이 길을 걷고 나면 둘레길은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게 되겠지.

 

1년전(2017년) 난동에서 오미마을까지 순환하여 걸었던 길이

있었기에 이번 여정은 난동마을에서 주천까지의 약 25km가 된다.

 

난동 갈림길에서 산동까지 9km, 산동에서 다시 16km가 둘레길의 마지막 여정길이다.

 

방광-산동

방광 - 산동 13km 약 5시간 30분 방광 - 산동 : 중 산동 - 방광 : 중 구간별 경유지 방광마을 – 난동갈림길(4.2km) – 구리재(3.7km) – 탑동마을 (3.7km) – 산동면사무소(1.4km)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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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차를 타고 남원으로 향한다. 시각은 05시 25분

드문드문 빗방울이 비치는 새벽 기차. 잠시 눈이라도 붙일 생각이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7시 좀 넘은 시각에 남원역에 기차는 도착하고, 택시를 타고

난동마을 갈림길로 이동한다.

마지막 길을 걷기 전에 코스를 확인한다. 

익숙한 길일지라도 먼길을 가기 전에는 항상 옆으로 어긋나지 않도록

현재 위치와 가야할 곳을 사전에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인생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전 8시. 첫걸음을 옮긴다.

난동갈림길 둘레길 입구의 안내판.과 표지목.  주렁주렁 매달린 빛 고운 단감이 지리산의 가을을 담뿍 전해준다.

새벽부터 약하게 가을비가 흩뿌렸던 터라 길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둘레길벗(표지목)도 깨끗이 세수를 한 채로 오랜만에 보는 나를 반겨준다.

난동에서의 둘레길은 이렇게 포장된 임도로 시작한다. 

둘레길에서 내려다 본 가을 들녘.

둘레길을 걷고서 집으로 돌아간 후엔 늘 한동안 이런 들판의 기억이

잔상처럼 남아 떠오르곤 한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우리 땅이다.

난동에서 구리재를 한참 오르는 길에 잠시 둘러본 들판.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모습에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구리재를 향하는 길의 전망대에 어린왕자가 여우와 주고 받은 대화가 적혀있다. 기다림에 대한 진실...
새벽에 내린 비로 공기중에 머금은 작은 이슬방울이 코스모스 위 햇살에 부서져 눈부신 아침을 안겨준다.

구리재를 넘어가던 중 가벼운 비를 만난다.

산중의 날씨는 일반적인 일기예보와는 잘 맞지 않는다.

밤새 내린 비구름이 아직 덜 비웠는지 몇 번을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통에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걷기로 한다.

물빠짐이 좋은 자갈길이기에 간간이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걷기에 불편함은 없다.

낙엽깔린 가을 숲길은 걸어본 사람만이 그 포근함과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번잡하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몸의 무게를 있는듯 없는듯 살포시

받아주는 그 숲길의 넉넉함은 회색빛 도심의 그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숲은 촉촉히 젖을수록 그 특유의 신선한 냄새가 더 진하게 풍겨 나온다.
이렇게 푸르고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ㅋ

난동에서 산동까지의 길은  구리재만 넘어서면 기분좋은 내리막을 걷게 된다.

비에 쫓기다시피 구리재를 넘어오니 산동면 좀 못미쳐 한참 조성중인

구례 수목원을 만나게 된다.

아직 정식 개장 전 단계에서 구획별 식물들을 심고 조경을 단장하고 있었다.

낮은 돌담길에 쌓인 낙엽이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는 분위기. 조성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능선 정상부엔 정자도 보이고, 아직은 용도가 무엇인지 모를 한옥 건축물.
수목원 내 도로도 깔끔하게 닦여져 있다.

수목원 조성지를 지나 이제 탑동 마을로 내려서는데,

참고 참았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나기가 쏟아진다.

지금까지 만났던 소나기와는 차원이 다른 세차고 굵은 빗줄기.

그나마 마을길이었기에 망정이지 숲속길이었으면....?

길을 계속 가야하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던 엄청나게 내려쏟는 빗방울들...

10여분을 그렇게 나무밑, 지붕밑을 옮겨 다니며 여정을 중단할 것인지

고민하던 차에, 눈앞에 푸른 하늘이 나타나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이건 또 무슨 조화...?

지도와 등고선을 살피니 어차피 나머지 구간의 길이 험하지 않고

산도 깊지 않다. 조금만 더 가면 산동면 소재지가 나오고...

몇년 동안 이어왔던 둘레길을 마무리하는데 이 정도쯤이야 추억이지.!

쏟아지는 빗줄기에 고민중이던 시점에 약올리듯 맑게 갠 하늘이 응원처럼 펼쳐진다.

드디어 산동면이다.

얄밉게 쫓아오는 소낙 구름과 숨바꼭질하듯 걸으며 도착한 산동면 사무소.

이제 주천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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