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마지막, 길을 나선다.
이제 나서는 이 길을 걷고 나면 둘레길은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게 되겠지.
1년전(2017년) 난동에서 오미마을까지 순환하여 걸었던 길이
있었기에 이번 여정은 난동마을에서 주천까지의 약 25km가 된다.
새벽 기차를 타고 남원으로 향한다. 시각은 05시 25분
아침 7시 좀 넘은 시각에 남원역에 기차는 도착하고, 택시를 타고
난동마을 갈림길로 이동한다.
마지막 길을 걷기 전에 코스를 확인한다.
익숙한 길일지라도 먼길을 가기 전에는 항상 옆으로 어긋나지 않도록
현재 위치와 가야할 곳을 사전에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인생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전 8시. 첫걸음을 옮긴다.
새벽부터 약하게 가을비가 흩뿌렸던 터라 길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둘레길벗(표지목)도 깨끗이 세수를 한 채로 오랜만에 보는 나를 반겨준다.
둘레길에서 내려다 본 가을 들녘.
둘레길을 걷고서 집으로 돌아간 후엔 늘 한동안 이런 들판의 기억이
잔상처럼 남아 떠오르곤 한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우리 땅이다.
구리재를 넘어가던 중 가벼운 비를 만난다.
산중의 날씨는 일반적인 일기예보와는 잘 맞지 않는다.
밤새 내린 비구름이 아직 덜 비웠는지 몇 번을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통에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걷기로 한다.
낙엽깔린 가을 숲길은 걸어본 사람만이 그 포근함과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번잡하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몸의 무게를 있는듯 없는듯 살포시
받아주는 그 숲길의 넉넉함은 회색빛 도심의 그것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난동에서 산동까지의 길은 구리재만 넘어서면 기분좋은 내리막을 걷게 된다.
비에 쫓기다시피 구리재를 넘어오니 산동면 좀 못미쳐 한참 조성중인
구례 수목원을 만나게 된다.
아직 정식 개장 전 단계에서 구획별 식물들을 심고 조경을 단장하고 있었다.
수목원 조성지를 지나 이제 탑동 마을로 내려서는데,
참고 참았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나기가 쏟아진다.
지금까지 만났던 소나기와는 차원이 다른 세차고 굵은 빗줄기.
그나마 마을길이었기에 망정이지 숲속길이었으면....?
10여분을 그렇게 나무밑, 지붕밑을 옮겨 다니며 여정을 중단할 것인지
고민하던 차에, 눈앞에 푸른 하늘이 나타나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이건 또 무슨 조화...?
지도와 등고선을 살피니 어차피 나머지 구간의 길이 험하지 않고
산도 깊지 않다. 조금만 더 가면 산동면 소재지가 나오고...
몇년 동안 이어왔던 둘레길을 마무리하는데 이 정도쯤이야 추억이지.!
드디어 산동면이다.
이제 주천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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