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다녀온 길

몽골 별밤 기행 2

나무 향기 2023. 9. 3. 17:43
728x90

저녁 식사 후 펼쳐진 숙소 야경 촬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별빛 사냥에 나선다.

숙소 뒤 언덕 위에서 촬영한 건너편 호텔식 게르의 야경

 

같이 동행한 한국 사진 작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총 4박의 일정 중 온전한 밤하늘을 촬영할 수 있는 날이 바로 도착한 첫 날인 오늘뿐일거라는 기상 상황이다.

무슨 이런 일이...

비행기로 3시간, 이역만리 몽골 고원에 와있는 이유가 바로 티끌 하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와 별빛을 감상하기 위함인데, 겨우 오늘 하루...첫날부터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오늘의 밤하늘이 더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긴, 하늘의 조화를 가이드인들 어찌할 수 있겠는가..ㅠㅠ

여하튼, 숙소 야경으로 위밍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장비를 챙겨 숙소 인근의 은하수 촬영지로 이동한다.

가이드 작가가 직접 물색해 놓은 은하수 포인트. 

공룡의 대형 모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현지인 개인 사유지로 도로변에 위치하고 인근의 빛 공해가 없어서 수억년전 태고의 분위기를 은하수와 함께 연출할 수 있는 색다른 장소.

마치 쥬라기 공룡 시대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장면. 일체의 합성 없이 촬영 원본만으로도 충분하다.

 

과연 국내에서 보던 하늘과는 차원이 다른 어마무시한 별빛들의 공세가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여러 각도에서 공룡들을 배경삼아 태고적 지구의 신비감을 품은 밤하늘을 담고서 다시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이번에는 바위를 배경으로 머리위의 은하수를 담아본다.

 

국내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사암 재질의 바위들.

거친 느낌과 뒤로 펼쳐진 숲들의 분위기가 역시 몽골의 청정 자연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그 위에서 기념 컷 한 장을 일행의 수고로 얻었다.

동행한 일행이 찍어준 은하수 배경의 글쓴이의 사진. 밤하늘의 선명함이 조금 아쉽다.

 

새벽 늦게까지 은하수 밑에서 밤하늘을 담으며 피곤한줄 모르고 다니다가 은하수 아래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한다.

다른 여행과 달리 밤하늘 출사 여행은 새벽에 일정이 마무리 된다.

은하수 아래 일행들과 단체 사진.

 

숙소에 오자마자 간단한 세면 후 바로 잠에 빠졌다.

멀리 이동하고 새벽 늦게까지 사진 찍느라 제법 피곤할만도 할 터인데, 숙소에 돌아와서도 일행들 몇몇은 해뜰 때까지 여전히 밤하늘 담기에 바빴었다는 얘기를 아침 식사때 듣고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여느 관광이 아니라 밤하늘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 테마 여행이 아니던가? 오히려 그 열정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가져보았다.

숙소앞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피뿌리풀.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들꽃이지만 몽골에선 흔히 보인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다음 숙소로 이동한다.

이동중에 쉬엄쉬엄 명소를 들르는데 그 가운데는 테를지에서도 유명한 거북바위도 있어서 잠시 들러 휴식겸 여유를 가져본다.

거북바위는 나름 몽골 관광중에 빠지지 않는 명소인만큼 인근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이 있어 기념품이나 시원한 아이스크림 같은 간단한 군것질 거리도 같이 구매할 수 있다.

가까이서 보면, 생긴 것이 영락없이 거북이이다. 상점에서 사먹었던 시원한 아이스크림. 우유맛이 달콤하게 제법 맛이 괜찮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관광명소인데다가 요즘 부쩍 늘어난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보여주듯 한국 관광객들이 타고 온 노란 관광버스가 상점 앞에 멈춘다.

 

거북바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이동 중에 주간촬영을 위해 버스를 세우는데, 어젯밤에 은하수를 찍었던 바위 고개이다.

엄청나게 위험하고 험한 곳인줄 알았는데 낮에 와서 보니 그냥 평화스러운 초원의 야외 돌조각 공원 같은 느낌이다.

낮과 밤의 느낌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오늘은 13세기 몽골의 전통 게르 마을을 재현해 놓은 곳에서 게르 위로 펼쳐진 밤하늘과 아침을 담기로 예정되어 있다.

첫번째 숙소에서의 거리가 멀어 한 번에 이동은 하지 않고 중간에 승마 체험장에 들러 1시간 동안 승마체험을 하는데, 말 종자는 몽골 토종의 조랑말이라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던 경주마처럼 다리가 길고 늘씬한 대신 다리가 짧고 갈기가 길어, 어찌 보면 나귀 같기도 한 모양새라 분위기는 살짝 빠지는 기분이다.

체구가 큰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기엔 안장이나 마구가 어른 기준으로는 다소 작게 느낄 수 있는 크기.

키작은 몽골 조랑말. 내가 타기엔 모든 게 작아 말이 아닌 나귀를 탄 느낌이었다.

 

승마체험을 마친 후 한참을 더 버스로 이동하여 저녁 6시나 되어서야 두번째 숙소에 도착하였다.

몽골의 벌판은 넓기도 하고 도로 포장도 양호하지 않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상당한 체력이 소모된다.

몽골 고원의 도로. 그낭 흙길이다.

 

13세기 몽골의 전통마을은 기본적으로 군사 진영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가운데 보이는 큰 게르는 대장군/족장들이 머무는 막사이고, 주변의 그보다 조금 작은 막사는 중간급의 장수들이 머무는 막사이다.

가장 큰 막사의 내부. 여기서는 방문객들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숙소를 배정 받고 오늘 밤 은하수 촬영에 필요한 주변 지형지물을 익히기 위하여 주변을 둘러 보는데, 그냥 막막한 벌판과 돌산들이다.

필요없는 인공 빛이 없어 더없이 좋아 보이지만 하늘의 구름이 심상치 않다.

파란 하늘에 하햔 구름이 광활한 벌판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지만 밤하늘의 별빛을 담기에는 구름이 반드시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파란 하늘 아래에 펼쳐진 광활한 벌판과 숙소 인근의 돌산들.
구름이 점점 두꺼워지고 파란 하늘을 덮어 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그 파란 하늘에 회색빛 구름이 펼쳐지며 멋진 빛내림을 연출하더니,

 

급기야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어 버린다.

하...역시 오늘은 밤하늘을 포기해야할듯 싶다.

 

대충 밤하늘을 포기한 일행들은 장군 막사에 모여 앉아 저녁 식사를 하며 준비해간 알콜로 아쉬움을 나누며 나름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저녁 식사중에 심지어 바람까지 세게 불어와 비바람이 몰아치기까지 한다.

게르에 돌아와서는 촛불을 아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머지 여운을 달랜다.

 

새벽이었다...

게르밖이 소란스럽다.

하늘이 열렸으니 빨리 나와서 순간을 담으라는 동행 작가의 목소리다.

게르의 밤하늘을 못담은 것이 아쉬워 계속 하늘을 보고있었나 보다.

급하게 옷가지와 장비를 챙기고 숙소를 나오니 정말 거짓말 같이 잠깐 은하수가 비쳤다.

원샷!

셔터 개방 시간을 포함해서 단 30초만 허락된 순간이었다.

잠깐의 짧은 시간에 겨우 담았던 게르의 밤하늘

 

더 이상은 없었다.

구름은 다시 눈앞의 하늘을 새까맣게 덮어 버리고 다시는 열어주지 않았다.

놀랍고 아쉬운 마음에 남은 새벽을 뜬 눈으로 새우고, 아침 일찍 고원의 아침을 맞으러 장비를 챙겨 게르를 나섰다.

대지끝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 그 위로 무심한 구름이 인사를 건넨다.

 

지난 새벽의 소란스러움은 아는지 모르는지 말 한 마리가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초원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하는가 보다.

 

기온의 차이인가...아침 여명에 태양 주위로 오색 구름의 향연이 펼쳐질 법도 한데 그냥 노란 색의 아침 햇빛만 강하게 언덕을 넘어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그 오색빛 여명은 이 곳에서는 없는 이야기인듯 하다.

광활한 초원의 단촐한 아침

 

별을 못찍었으니 아침이라도 풍요롭게 담아야한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게르의 아침을 담아본다.

 

아쉬움 속에 밝아 온 아침.

그렇게 새로운 하루 일정이 시작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