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해발 1100미터 고지의 한반도 남쪽의 대표적인 명산.
무등산을 유명한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정상부에 발달한 주상절리가 대표적인 상징중 하나일 것이다.
무등산이 자랑하는 명품 경관인 3대 주상절리. 서석대, 입석대, 그리고 광석대.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이지만 한반도 내륙에서는 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고, 특히 1천 미터가 넘는 고지에서 높은 산정 풍경과 함께 감상할 수 잇는 주상절리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기에 추운 겨울이면 날씨 조건에 따라 검은 주상절리에 피어난 하얀 상고대를 눈꽃처럼 감상할 수 있는 진귀한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갑자기 낮아진 기온과 연일 내린 눈 소식에 칠흑같은 주상절리에 새하얀 수정같은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른 새벽 차를 몰고 나섰다.
무등산 정상 등정이 목적이 아니라 서석대에 내려 앉은 눈꽃을 보기 위함이었기에 한낮의 떠오른 태양빛에 녹아 내리기 전에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로 오르기로 작정하고 새벽 5시에 출발.
등로 입구인 수만 탐방지원 센터에 도착하니 9시가 좀 못된 시각이다.
좁은 주차장은 거의 만차 상태였지만 운좋게 자리를 얻어 주차를 하고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한다.
수만리 코스는 너와나 목장 코스라고도 일컬어 지는데 센터를 지나는 코너를 돌면 바로 앞 입구의 주차장을 발견할 수 있다.
주차장은 협소해서 주말이면 일찍 오지 않으면 길가에 주차하거나 훨씬 아랫쪽 대형 주차장에 주차하고 먼 거리를 걸어서 올라와야 햔다.
등로 입구는 탐방지원센터를 기준으로 양옆으로 장불재로 가는 입구를 표시하는 푯말이 두 군데가 있는데 어느 쪽으로 가도 무방하다.
본격 등로가 시작되는데 수만리 코스는 좀 빠른 속도로 오르면 40분이면 백마능선으로 올라서서, 20분 안쪽으로 서석대로 오를 수 있는 코스로 산행에 능숙한 사람이면 1시간만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최단 코스이다.
코스가 짧은 만큼 경사는 제대로 급하다.
돌로 된 거친 경사로가 백마능선까지 줄기차게 이어진다.
무등산은 전반적으로 보면 육산이라기 보다는 석산에 가까우며, 군데군데 너덜지대도 형성되어 있어 결코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수만리 코스도 역시 돌계단이 많다 보니 발목에 부담이 많은 코스이다. 특히 하산길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9시 40분. 장불재로 가는 삼거리 능선에 드디어 올라선다.
우측으로 가면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만능선을 걷게 되며, 좌측으로 가면 장불재까지 300미터 정도이다.
섬거리에서 올려다 보니 저 멀리 백설을 이고 앉은 무등산의 이마가 훤히 올려다 보인다.
설레는 마음에 걸음이 급해진다.
기온은 낮으나 햇살은 의외로 따스하다.
행여 상고대가 그 햇살의 따사로움에 녹아 내릴까 조바심은 더해지고...
그러나, 숨 한 번 크게 쉬지 않고 내달아 도착한 서석대 입구 전망대의 주상절리엔 하얀 눈꽃 대신 오래된 이끼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까?
피로감이 급하게 몰려오고, 한참을 전망대에서 서성이다 카메라 장비와 복장을 가벼이 하고 남은 길을 나선다.
어쨌건, 서석대엔 올라서야 하지 않겠나.
주말을 맞이해서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산객들이 서석대 정상에서 차가운 겨울의 청량감을 만끼한다.
요즘은 젊은 층의 산객들이 부쩍 늘었다.
그 들을 볼 때면,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을 접하면서 더 넓은 시야와 가슴을 가꾸어 나갈 수 있길 바라며 항상 흐뭇한 마음이 일어난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그토록 설레임에 기대했던 주상절리의 하얀 설화는 비록 만나지 못하였으나, 서석대 정상으로 올라서는 길에 눈앞에 펼쳐진 순백의 세상 또한 놀랍도록 멋진 그것이었다.
아마도 한 번에 모든 걸 가지려는 섯부른 욕심을 경계하라는 무등의 충고가 아닐까...대신 이렇게 멋진 설국의 풍경을 선물해 주었으니 그나마 먼 새벽길 달려온 보람은 있는듯 하다.
이후 장불재로 내려와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였으나, 곧바로 하산하기엔 뭔가 아쉬움의 남아 백마능선을 잠시 걷기로 하고 안양산 방향으로 걸음을 잡아 나간다.
파란 하늘 밑의 하얀 능선길이 이어나가는 그 곡선이 너무도 아름다와 잠시 넋을 잃고 바라 본다.
백마능선은 봄철 철쭉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저렇게 이어진 멋진 능선길따라 분홍빛 철쭉이 만발한다면 그 또한 멋진 풍경이리라.
지난 겨울부터 내내 기다리며 마짐내 볼 수 있길 기대하며 나섰던 길이었기에 그 간절함 만큼 이루지 못함에 대한 허전함도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을 매번 직접 보고 느낄 수는 없지 않은가?
영원히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쉽게 볼 수 없는 것일뿐.
주상절리의 눈꽃은 못보았지만 하얀 雪白의 무등산을 보지 않았던가?
그 만남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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