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얼음진 한탄강 물윗길을 걸으며..

나무 향기 2023. 2. 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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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마다 이런 저런 걷기 좋은 길들이 많지만, 물 위를 걸어가는 길은 아마도 전국에 단 하나가 아닐까?

강원도 철원군이 몇 해 전부터 겨울철에만 꽁꽁 언 한탄강 위에 놓아 온 한탄강 물윗길.

한탄강 주변은 그 독특한 화산형 지형 덕에 유네스코에서도 공식 인정한 세계 지질 공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놓은 곳.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화산형 암석인 현무암이 즐비하게 놓여있는데 제주의 경우 유명한 현무암 명소는 대부분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거나 사진을 찍어 확대해서 보는 것이지만, 한탄강 물윗길을 걷다 보면 바로 어깨 옆에 서있는 수만년 전의 용암의 흔적을 볼 수 있다.

 

2월 초순의 날씨는 아직은 쌀쌀하지만 구석구석에 조만간 다가올 따스한 봄날의 작은 흔적들이 자리잡아 초봄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걸어볼 길은 태봉대교에서 순담계곡 매표소까지 8km 남짓한 거리이다.

걸었던 코스 지도. 태봉대교에서 은하수 다리까지의 기록은 미쳐 담지 못해 누락되어 있다.

태봉대교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주차비는 무료) 매표 후 태봉대교로 내려가면 물윗길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입장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데, 성인1명이 1만원(개인)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철원 지역 상품권 5천원을 되돌려 준다.

여기서 시작되는 물윗길은 1km남짓한 은하수교가 나오기 전까지는 외부로 나갈 진출입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시작점인 태봉대교에서 화장실을 미리 들러서 가는 것을 권장한다.

여기서 부터 물윗길이 시작된다.
직탕폭포 쪽에서 바라 본 태봉대교의 모습. 그 아래로 물윗길 탐방객들의 모습이 점점이 보인다.

 

태봉대교부터 은하수교까지는 일방통행으로 진행이 이루어지므로 가급적이면 태봉대교에서 탐방을 시작하는 것이 맞는듯 하다.

 

아무리 얼어붙은 강이라지만, 그래도 그 넓고 깊은 강물 위를 걸어본다는 것은, 도심에서 자고 나란 태생이 도심인 사람에게 있어서는 정말이지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탄강 물윗길의 초입 구간.
초입 어느 지점에 쌓인 작은 돌탑들... 아기자기하지만 소중한 소망들이 하나둘씩 탑을 이루고 있다.

 

한탄강은 전방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세계 지질 공원으로의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의 관리를 받고 있는 탓에, 여느 지방 하천과는 달리 하천변에 인위적인 시설물이 거의 없고 자연 경관을 망치는 지나친 개발 행위에서 벗어나 있어서 자연 그대로의 하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화산 지형의 상징인 주상절리가 좌우측으로 매우 실감나게 펼쳐져 있다.

한탄강 물윗길 코스의 시원한 경관과 주변의 현무암과 파스텔 톤의 주상절리를 보며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1km 남짓한 거리에 한탄강 탐방 코스의 또다른 명물인 은하수교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는 곧장 물윗길을 계속 진행할 수도 있고 좌측으로 나가면 은하수교를 직접 건너볼 수도 있고 언덕 위에 올라 폭넓게 철원 평야와 한탄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도 있다.

물윗길 위에 놓인 은하수교
삼거리 처럼 이루어진 갈림길. 우측으로 꺾어지면 물윗길로 이어지고, 직진하면 은하수교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강 위를 걸으며 감상하는 주변 풍광도 비경이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또한 놓치기 아쉬운 보기 드문 절경이기에 반드시 은하수교에서는 나가서 멋진 풍경을 감상해 보길 권장한다.

은하수교에서 내려다 본 한탄강 물윗길의 굽이친 모습.

은하수교를 둘러 보고 물윗길로 재합류 하려면 애초에 은하수교로 올라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가서 합류해야 한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하지 않는가...

 

은하수교를 지나면 잠시 주변의 풍광은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제부터는 주변 절벽의 화산암과 주상절리가 아니라 얼음 밑으로 흐르는 봄의 소리를 들으며 걷게 된다.

강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 보다는 어느 정도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2월 초가 물윗길을 걷기에는 가장 멋지고 운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탄강의 얼었던 물이 시원하게 녹아 흐르는 모습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얼음은 마치 조각 작품처럼 아름다운 결정체를 이루며 강물위로 녹아 내리고 있다.

 

중간 지점에 레트로 감성을 뿜으며 설치되어 있는 찻집.

매표소에서 나눠준 지역 상품권을 사용하면 기분좋게 쉬어갈 수 있다.

 

한탄강 주변에 놓인 돌들을 쌓는 재미도 쏠쏠하니, 다리도 쉴겸 재미삼아 나만의 돌탑 하나 쌓아보는 것도 좋겠다.

재미있게 놓여진 돌탑들.

물윗길은 마냥 강위에 설치된 플라스틱 부교만 걷는 것이 아니라 이쪽 저쪽 강변을 옮겨가며 강기슭의 흙길도 함께 걷는 길이다.

 

때론 그 길이 다소 거칠고 울퉁불퉁한 돌길이 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신발은 걷기에 편하고 발목이 피로하지 않도록 걷기 편한 트레킹 신발을 신거나 가벼운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이 수월하다.

 

길 중간중간에는 노란색 입간판으로 현재의 위치와 양쪽 끝 기준 다음 지점까지의 거리를 안내해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전체 코스의 절반 정도 위치에 어묵, 컵라면, 국수, 전 과 같은 가벼운 요깃 거리들을 판매하는 제법 큰 규모의 쉼터가 나오는데, 지역 상품권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짧지 않은 물윗길을 걸어 오며 지칠 때 쯤 쉬어가기에 더 없이 좋은 안식처가 될 것이다.

차가운 겨울 바람에 지쳐갈 즈음 먹는 따끈한 어묵과 국물 한 컵. 감로수가 따로 없다.

 

쉼터에서 조금만 가면 한탄강 물윗길의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명물 중 하나인 커다란 얼음 인공폭포가 나타난다.

 

아무리 인공으로 만든 폭포라지만 일단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대형 얼음 폭포는 여간해서는 보기 힘들뿐더러, 그 사이사이로 솟아있는 푸른 소나무 줄기와 어우러진 모습이 열두폭 동양화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아, 보는 내내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얼음 폭포 바로 앞에는 여러가지 형상을 만들어 놓은 눈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진정 설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얼음 폭포 맞은 편의 눈 조각 작품

 

얼음 폭포를 지나 다시 물위를 걷는다.

 

어느새 고석정에 다다른다.

고석(좌)과 고석정(우)

 

고석정 주변의 바위는 상류 구간과 달리 화강암으로 이루어 졌는데,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풍화작용 덕에 바위들이 곱게 연마되어 둥글둥글한 모습을 이루고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각자 다른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가 높이 솟을 무렵이 되니 강물의 흐름이 더욱 거세어 진다.

그만큼 봄이 가까와졌다는 얘기이다.

 

30여분을 더 걸어 오늘의 종착지점인 순당 매표소의 큰 간판 보이고 바로 밑에 물윗길의 마지막 종점 출입문이 서있다.

바로 앞 부교 위의 시설물이 물윗길의 종착점이다. 우측은 주상절리길의 시작점이기도 한 순담 매표소.

 

마지막 게이트를 나서서 우측 계단으로 올라가면 셔틀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거기서 셔틀을 타고 다시 태봉대교로 돌아가서 8km 물윗길 트레킹을 마진다.

처음 출발할 때 나눠주는 손목 밴드가 있어야  셔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손목 밴드는 마지막까지 반드시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한탄강 물윗길은 중간중간에 힘들면 나갈 수 있는 포인트들이 몇 군데 있으며 셔틀이 무료로 운행되어 어렵지 않게 각자의 체력에 맞는 만큼 걸을 수 있는 만큼 온 가족이 함께 청정 자연을 만끽하며 겨울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절벽에 잔도를 설치해서 사시사철 걷는 주상절리길도 좋겠지만 물윗길은 겨울 한 철에만 한시적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기에 그 재미가 더 쏠솔하게 느껴진다.

이제 푸른 봄, 아니 오색으로 단풍이 물드는 시절에 주상절리길을 한 번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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