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다녀온 길

킬리만자로 등정기-2 출발

나무 향기 2019. 8. 1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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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차 없는 길을 달려 도착한 한적한 인천공항 출국장.

간간히 사람들이 오갈뿐, 여행사 코너엔 우리 일행들만 분주했다.

처음 도전하는 고산지역 등정.
그것도 아프리카라는 큰 대륙의 최고봉을 오르는 여정.
은근히 걱정도 스며든다.
드디어 받아든 이디오피아 항공의 비행 티켓.
늘 대한민국 국적기만 타던 입장에서는 매우 낯설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최종 목적지인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까지는,
이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약2시간30분을 기다려
다시 환승을 해야 한다.
다양한 인종의 많은 사람들이 환승을 기다리며 각자의 시간들을
보낸다.
지친 모습들, 바쁜 발걸음 모두 같은 공간이다.

기다림이 유난히 지루하다.
준비된 비행기로 올라타니 이번엔 창가쪽 좌석이다.
비행중 킬리만자로를 잘 볼 수 있는 자리로 여행사측에서
일행들 모두의 좌석을 창가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작은 배려가 크게 와닿는다.

멀리 구름과 함께, 몇일후면 정상에 오를 킬리만자로의
큰 모습이 보인다.
마주보고 서있는 낮아 보이는 산은, 탄자니아 내에서
킬리만자로 다음, 두번째로 높은 메루산이다.
등정 일정 내내 마주보며 친구처럼 함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눈부시도록 하얀 구름 위를 비행기 날개를 바라보며
날아가는 건 항공 여행중 백미가 아닐까.
거듭 생각해봐도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은 푸른 초원 대신
황색의 메마른 땅이 더 넓게 눈에 들어온다.
사막화로 인한 물부족과 기아, 각종 질병...
흔히들 듣는 아프리카 대륙의 슬픈 단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모습이다.

킬리만자로라는 큰 산을 가까이 두고 있는 도시, 모시(moshi)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덕인지 그나마 녹색 공간이 풍요로운
모습이다.

마지막 2시간의 비행동안, 아프리카의 이런저런 모습을
내려다 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든다.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느덧, 킬리만자로 공항이다.
내 나라를 떠난지 거의 16시간만에 지구 반대편에 도착.
타고온 비행기 뒤로 펼쳐진 하늘빛이 유난히 푸르러
이번 여행의 기대감을 더해준다.

공항 내부의 입국 수속 모습...대부분의 업무를 일일이 수기로
처리한다. 대한민국이 정말 대단한 나라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가뜩이나 일처리가 늦은 상황에서 하필  내 앞에서 공항직원의
대규모 새치기성 급행 업무 처리가 발생했다.
입국 절차를 30분 이상 더 기다려야했다.
우리나라의 몇십년전 모습을 오랜만에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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