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봄 향기 속 서울 나들이

나무 향기 2022. 4. 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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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봄날이다.

창의문 앞 최규식 경무관 동상 앞 10시. 일행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전원 도착이 확인되고, 이내 진행자의 목소리가 일정의 시작을 알린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중의 하나인 1.21 사태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고 이내 길 건너편

윤동주 문학관으로 이동하여 내부 전시물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진다.

윤동주 문학관은 예전 수도 가압장이었던 시설을 2012년 용도 폐기하여 리모델링한 곳.

나는 예전 한양 순성길 답사시에 들렀었기에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의 풍경을 담는다.

낮은 담장 뒤로 보이는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한 무리의 고급 주택들.

안내하시는 분의 말에 의하면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에 그 곳에 집을 두고 계동 사옥까지 걸어다녔던

곳이란다.

故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았다는 동네. 어느 집이었을까? 생김새가 거의 닮아있다.

 

이후 문학관 뒤로 이어진 작은 계단길을 따라 오르니 시인의 언덕이다.

봄볕 아래 신록이 시인의 순수함을 연상케 한다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인근 후배 집에서 하숙을 하며 생각을 다듬고 시상을 떠올리며

산책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요즘은 잘 정비되어 서울의 대표적 야경 조망지로서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후 서울 성곽길을 따라 다시 창의문 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길을 건너면 백석동길로 이어지는데,

골목골목 앙증맞게 자리잡은 음식점, 카페들이 옛 도성의 오래된 마을 터에 싱그러운 생명력을 더하는듯

아기자기하고 정겹다.

오래된 집들이 트렌디하고 젊음이 넘치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은 이렇게 시간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중인가 보다.
흐르는 시간 속에 새롭게 피어나는 젊음과 생명의 기운.
언젠가 오래 전 이곳에 도성이 처음 지어질 무렵에도 누군가는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늙어가도 도시는 오히려 젊음으로 새로와진다.
길을 걸으며 간간이 뒤들 돌아보면 비늘을 세운 白龍처럼 산능선을 따라 넘어가는 한양 도성 성곽을 볼 수 있다.
 
저 성벽이 다시는 허물어지고 부서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눈길을 거둔다.

함께 어우러진 개나리와 벚꽃에 새로 올라오는 연초록의 새잎들이 더불어 시멘트로 포장된 백석동길은 곳곳이

三色으로 물들었고 제법 오르다 보니 어느새 드라마 촬영으로 유명해진 어느 커피숖에 다다른다.

삼색으로 물든 백석길. 커피숖 대문 기둥 위에서 맥주를 들이키고 있는 원숭이가 인상적이다
 
 

부암동 주택가에선 멋드러지게 자리잡은 저택들이 심심치않게 볼거리를 내어주고 있다.

저택의 뒷 마당에 자라는 소나무 조차 벽을 배경으로 한 폭의 동양화가 된다.

 

주택가 끝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백사실 숲길이다.

수백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굵은 노송과 별서터.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여느 숲과는 다른 정갈한 기품을 풍겨낸다.

잠시 쉬어가기만 해도 절로 명상이 될 법하다.

푸른 신록 사이로 비치는 하늘빛이 유난이 푸르다

 

숲속 힐링을 온 몸으로 누리며 산길을 내려오면 이제 대한민국 제일의 부촌(?)으로 알려진 평창동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여기서 마을 버스를 타면 평창동 제일 윗쪽에 있는 해원사까지 오를 수 있다.

해원사에서 펼쳐본 평창도 일대의 조망

 

평창동이 최고의 부촌이라는데 금전적으로 환산된 자산가치는 잘 모르겠으나, 한 눈에 들어오는 그 평화로운

풍경과 화려한 눈맛이야 의심없이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만하는 것쯤은 첫눈에 알 수 있겠다.

푸른 숲에 잘 녹아있는 각각의 개성 넘치는 지붕들과 숲 능선을 해치지 않고 소리없이 앉아있는 높지 않은 지붕선들.

자연 속에 이렇게 조화롭게 무리지어 않자있는 인공 전축물 집단이 쉽게 볼 수 있는 정경은 아니지 않는가.

 

해원사에서 부지런히 유람 삼아 내려오다 보면 유명 인사들의 집도 보이고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엄청난 저택들도

볼 수 있지만, 평창동 일대는 지역 해설사를 동반해서 둘러본다면 유명 인사들의 집과 동네 곳곳에 있는 여러 기념관

미술관 혹은 마을의 오랜 역사와 함께 문화재로 등록되어있는 산신각도 함께 역사적 이야기와 같이 들으면서 볼 수

있기에 꼭 해설사와 함께 동반하길 권한다.

 

화사한 봄 날씨에 큰 계획없이 나섰던 서울 나들이길.

세월 속에 점점 젊어지는 생명력과 옛 도성의 기품을 지키고 있는 푸른 숲,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이

자아내는 독특한 아름다움.

그 간 알지 못했던 서울의 숨은 매력을 새로운 느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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