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밀양 위양지 - 하얀 기억을 접다

나무 향기 2022. 5. 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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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러해가 지났다.

아침 이슬 머금은 노란 창포가 유난히 청초했던 봄날 새벽.

이른 새벽 물안개 자욱한 아침의 위양지는 이팝나무의 눈같은 꽃송이와 함께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아침 맑은 호숫가를 노니는 원앙 한 쌍과 부지런한 아침새의 울음 외엔 내 발자욱 소리만 있었던 그 곳이었다.

평화롭게 유유자적하며 아침 산책을 즐기던 원앙이 부부를 한참이나 지켜보며 덩달아 행복했던 순간.

 

하얗게 서린 아침 이슬에 젖은 그 기억을 안고 멀이 떠나 지내던 차에, 또 다시 찾아온 5월.

드문드문 길가의 가로수에 이팝 나무가 솜털같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새하얌으로 가득했던 위양지의 기억이

하얗게 솟아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기억은,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만 가는 거라고...

아침 일찍 무작정 나서며 밀야으로 길을 잡는다.

 

새벽의 기억이 깃든 그 곳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느즈막 해질 무렵.

그래, 이제 이 저녁 노을에 실어 위양지의 기억도 같이 보내자.

예전과 달리, 이제는 많이 알려져 들어가는 길목부터 주차장이 되어버릴 만큼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 명소가 되어버렸다.

스치는 바람에 눈처럼 꽃비가 내리고 수많은 추억인양 물 위에 쌓이는 모습은 그제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온전한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해야할 정도이다.

이른 새벽에도 5월이면 전국에서 카메라를 둘러 매고 모여들테니 하루 중에 호젓함을 나눌 시간대는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사람들이 대부부 돌아간 저녁 해질 무렵이 그러할 것 같다.

구름 가득한 하늘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간간히 내려주는 빛줄기가 있어 그나마 덜 섭섭하다

새벽 호젓한 시각에 물안개에 둘러싸인 위양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 쏠쏠할 것이지만

이번 방문은 날씨가 받쳐주지 않은 관계로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작별을 맞는다.

이팝 나무의 새하얀 매력은 언제다 변함이 없고 그 설레임 또한 변함이 없다

몇해전 새벽 처음 맺었던 이팝 나무 날리던 위양지와의 새하얀 인연은 이번 노을과 함께 묻어두려 한다.

그 때의 행복한 기억이 더 이상 상처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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