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봄.
지난 겨울 가려했던 영금정의 아침 해를 맞이하기 위해 주섬주섬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마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청명 그 자체.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넓은 바다를 통으로 품을 수만 있다면 가슴에 쌓인 삶의 찌꺼기들을 한 번에 씻어 내릴 수 있으련만...
언덕 위의 또다른 영금정 정자 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보았다.
아래쪽 전망보다는 확연히 다른 전망.
겨울철이라면 일출각이 훨씬 남쪽으로 이동하기에 언덕 위 전망대는 일출을 감상하기 그다지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봄철이라면 언덕 위 전망도 나쁘지는 않다.
내일 아침 일출은 전망대에서 보기로 하고 영금정과의 첫 만남 자리를 정리한다.
다음날 새벽. 아직은 차가운 새벽 바닷가.
전 날 날씨는 쾌청하고 맑았지만 새벽 바다 먼 곳에는 두꺼운 가스층이 아마추어 사진사의 근심 만큼이나 층층이 쌓여있다.
새벽 찬 바람에 고개가 움츠러들 즈음에 멀리서 작은 구슬 하나가 붉은 빛 영롱하게 검은 가스층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오가는 고깃배들 만큼이나 셔터가 바빠진다.
가스층 아래로 이미 오메가를 지나 많은 부분 일출이 진행된 상태라 그 만큼 선명한 경계로 담을 수 있는 시간도 짧다.
이미 떠오는 일출을 폰카로 한 장.
언덕 위 전망대에서 내려와 반대쪽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영금정의 일출을 담아본다.
바다 위 정자로 가는 다리 교각과 어우러져 나름 괜찮은 멋을 느낄 수 있다.
겨우 내내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가보지 못해 아쉬웠던 속초 앞바다 영금정.
거문고 처럼 아름다운 파도소리를 전해준다던 원래의 역사속 정자는 일제의 잔혹함으로 사라지고 없지만, 그 이름만은
아직도 현실에 남아 언덕 위에서,바다 위 바위에서 아픈 역사의 아쉬움과 함께 낭만 어린 풍경을 전해주고 있다.
소중한 것들, 더 이상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난 겨울의 묵은 설레임을 아쉬움 속에 달랠 수 있었던 5월의 어느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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