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 길 46

주작산 진달래와 일출

봄 내음 물씬 풍기는 달콤한 노래와 함께 한적한 지방 국도를 달려보는 것도 일상 속에서 쉽게 누릴 수 없는 작은 행복 중의 하나일 것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쪼그렸던 심신을 추스리고, 조금은 늦게 찾아온 봄 기지개와 함께 활짝 핀 생명의 기운을 만나러 남도길을 향했다. 오랜만에 나서는 밤길. 알 수 없는 설렘과 기대감에 어린 아이 마냥 기분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유독 밤이나 이른 새벽에 나서는 길을 좋아하는 것은 그 특유의 고즈넉함과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방해받지 않는 시간의 특권 때문일 것이다. ​ 전남 강진에 있는 주작산 자연휴양림. 왠만한 산꾼이라면 다 알만한 주작~덕룡의 멋드러진 암릉 구간 중 작천소령에서 주작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짧은 암릉 구간이 오늘의 목적지. 암릉 사이사이로 분홍빛 물든 진..

다녀온 길 2022.04.12

겨울 자작나무 숲에서

2022년 2월 16일 9시 22분. 언제부터인가 눈덮인 새하얀 자작나무숲을 걸으며 그 순백의 모습을 담고싶다는 간절함이 내 머리속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마음만 졸이다가 입춘이 지난 겨울의 막바지에 강원지역 대설 주의보가 일기예보에 뜨기에 다른 생각은 다 접어놓고 월차를 제출하고 아침일찍 집을 나선다. 자작나무숲 출입은 9시부터이고 그 시각에 맞추어 도착. ​ 주중 평일 아침이기에 주차장은 텅 비어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지만 그 와중에 먼저 와있는 차량들이 드문드문...주차장을 먼저 차지하고 있었다. 아...벌써 나보다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저렇게나... 이 추운 날씨에 참, 부지런들도 하다. 새하얗게 쌓인 눈길 위에 첫 발자욱을 남기는 낭만은 일찌감치 포기..

다녀온 길 2022.02.19

바래봉. 2021년을 보내며 상고대를 만나다.

봄 철 철쭉으로 유명한 #바래봉. 막상 철쭉을 보러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바래봉이었지만 겨울 하얀 #상고대를 보러 가고자했던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어찌됐건 불현듯 겨울 바람이 불기시작하면서 바래봉의 상고대가 눈에 어른 거렸다. ​ 12월 29일. 2021년의 마지막을 몇일 남겨두지 않은 날 아침 9시 반쯤에 도착한 #허브밸리 주차장. 평일이기도 하고, 코로나 여파이기도 하였겠지만 그 넓은 무료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푸른 하늘과 겨울 날씨 치곤 살짝 포근한 편이라 상고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날씨. 그래도 기왕 왔으니 바래봉 정상은 한 번 보고 가야하겠기에 열심이 두 발을 놀려 오랜만에 산길을 오른다. 애초에 이번 바래봉은 산행 보다는 상고대를 담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에 코스는 비교적 짧은 ..

다녀온 길 2022.01.15

철원 가을 여행

가을을 시샘하듯 지겹도록 내리던 늑장 장마가 그치고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을 보며 또 훌쩍, 길을 나섭니다. 요즘 한참 가을 꽃 잔치로 핫하다는 고석정 꽃밭을 가기 위해 철원으로 향합니다. 개천절을 낀 3일 연휴의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교외의 국도엔 차들 대신 여유로움이 넘치네요. ​ ​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 사람들 오기 전 빛 좋을 때 빨리 좋은 모습 담고 갈 생각으로 정원 입구로 발길을 서두릅니다. 길가의 코스모스는 또 어찌 그리 이쁘기만 한지. ^^😍🤤 ​ 여기는 꽃밭이 조성되기 전부터 코스모스 십리길로 잘 알려져있었는데 2016년부터 꽃밭이 조성되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올해가 3년째. 작년엔 코로나의 갑작스런 창궐로 오픈은 하지 않았고 올해는 방역수칙를 철저히 지키는 한도 내에서 다시 ..

다녀온 길 2021.10.10

감악산에서 임꺽정을 만나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방송에서 쏟아져 나오던 날. 아직은 대지가 뜨거워지기 전 이른 아침 파주 감악산을 오르기로 한다. 임꺽정봉을 중심으로 새로 열린 하늘 계단길을 걸어보며 임꺽정봉의 그 위풍당당함을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 임꺽정봉으로 올라가는 하늘 계단길을 걷기 위해선 신암저수지쪽 등산로 입구를 통해야하는데, 네비에선 감악산주차장으로 검색하게되면 등산로 입구까지 무려 1.8km를 이동해야 한다. 이 무더위에...ㅠㅠ🥵 ​ 만일 평일 이른 시각에 산행을 시작할 계획이면, 네비에 신암낚시터를 치고 조금 더 길따라 올라오게 되면 등산로 입구 바로 앞에 수월사라는 작은 절이 나오고 그 앞에 5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 금요일 이른 아침이었기에 어려움 없이 공터에 1착으로 주차하고 등로에 오른다..

다녀온 길 2021.07.28

두타산 그 비경의 품에 안기다...

두타산. 강원도 동해와 삼척에 걸쳐 태백 준령의 장엄함과 신비에 가까운 빼어난 절경으로 뭇 산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1,357m고지의 명산. 지난 가을...그 아래의 무릉계곡을 지인들 몇몇과 함께 우연히 들렀다가 그 멋진 풍광에 사로잡혀 가까운 시일 내에 꼭 제대로된 산행을 하리라 마음먹었던 터였다. 가을철 단풍에 물든 시절이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무래도 가을철에는 사람들에게 시달릴 확률이 높아 그냥 날 좋은 화창한 주말에 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약3시간. 아침 6시에 출발하니 9시가 조금 지나서 관리 사무실 앞 주창에 도착. 주차장은 이미 전국에서 찾아든 차들로 가득하다. 입구에서 표를 구입하고 안내도에서 다시 한 번 오늘의 코스를 확인한다. 강원 지역 깊은 산들 중에는 간혹 휴대폰이 불통..

다녀온 길 2021.06.26

계곡따라 산행길 명지산을 오르며...

깊은 산중의 초록에 여름이 깃들 무렵. 경기도 북부의 명산 명지산을 오른다. 정상석엔 해발 1,267m.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엔 1,252m로 나온다. 경기도내에선 화악산 다음으로 두번째로 높은 산이다. 등반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를 익근리 주차장으로 하는 12km의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몇일간 비가 내린 탓에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맑음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가다보면 초입에 승천사라는 절로 이어지는 일주문이 반기듯 맞아준다. 일주문 지나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며 길은 본격적인 숲길로 바뀐다. 녹음이 짙어 따가운 햇볕을 피해 시원하게 길을 오른다. 가평군은 잣으로도 유명하지만 높은 산들이 많고 산 깊은 만큼 계곡도 매우 훌룽한데 명지산도 역시 명품 계곡을 품고있어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산..

다녀온 길 2021.06.18

덕적도 비조봉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산으로, 강으로 다니던 발걸음이 이제는 바다를 건너 섬으로 향한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면 서해에서 제법 큰 섬인 덕적도에 이른다. 이미 백패킹 애호가들에게는 성지나 다름 없이 되어버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덕적도. 애초에는 굴업도를 가고자 했었으나 굴업도를 들어가는 주말 배편을 주민이 아닌 일반인이 구하기는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서는, 미련없이 덕적도로 행선지를 변경해버렸다. 덕적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인천여객터미널 외에도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도 구할 수 있으며 대부도 쪽에서 가는 편이 시간도 조금 짧고 배편 요금도 싸기에 대부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대부도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거의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정체 구간인 데다 터미널 주차장도 협소해서 자가용을 이..

다녀온 길 2020.10.20

성인봉을 오르다

울릉도 3박4일 일정의 마지막 아침. 애초에 가족들과 함께 성인봉을 같이 오르기로 계획을 하였으나, 의외의 피로감으로 인해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숱한 고민 끝에 마지막 날 아침 비록 처음 계획했던 종주는 아니더라도 성인봉 정상은 오르고 가기로 마음먹고 새벽 길을 나선다. 숙소 퇴실 시간까지는 돌아와야 한다. 현재 시각 새벽4시20분. KBS중계소 원점 회귀 코스로 간다면 퇴실 전까지는 충분한 시간. 무쇠같이 무거운 두 어깨를 바닥에서 뜯어올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렌트카의 시동을 건다. 성인봉을 오르는 코스는 대략 4가지 정도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코스가 KBS중계소 코스이다. 네비에 KBS울릉 중계소로 찍고 가면, 중계소를 지나 조금 더 가서 작은 주차장이 나오고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다녀온 길 2020.07.11

울릉도 3박4일 가족 여행기-2/2

울릉 약소 만찬을 성대하게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저녁. 내일을 앞두고 네 식구 모두 약간은 설레고 불안하고 걱정되고... 내일은 아침 일찍 독도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사실, 울릉도를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도는 당연히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겠지만 독도를 직접 들러 두 발로 밟아 보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날씨는 너무 좋았고 바람도 파도도 너무 평온한 울릉도였다. 그러나, 내일의 날씨는 또 다른 문제. 일단 다들 일찍 잠을 청한다. ​ 셋째날 아침. 독도행 배 시간은 08시. 날씨는 더없이 좋다. 파도도 잔잔..바람도 살랑..햇살은 쨍쨍..최고다!! 배를 타는 저동항까지 적어도 07시까지는 도착해야 하기에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 없을 것이기에 전날 미리 ..

다녀온 길 2020.07.11